막내 수진이와 아침 등교를 같이하다보면 반복되는 일상이 내눈에 절로 들어온다.
비슷한 시각에 만나는 아빠 두분이 계신데 한분은 항상 미간에 주름이 있어 뭔가가 안풀리시는 것 같고
다른 한분은 연애 만화 주인공처럼 참 눈이 크고 예뻐서 법없이도 살아갈 사람처럼 보인다.
아이들과 헤어지는 방법도 다 생긴대로다.
언덕 위에서 바삐 내려오는 사총사가 있는데 항상 신나게 소리지르면서 뛰어내려온다.
2학년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데 넘어지지도 않고 잘 달려와 교문 앞에서 기가막히게 커브를 틀고 정지한다.
볼때마다 조마조마하다. 한번 아차 하면 얼굴 face off 할것 같다.
맞은편 육교에서 건너오는 우리동네 여자 삼총사가 있다. 하도 다리가 길고 날씬해서 멀리서도 다 알아볼 수 있다.
정말 누가 봐도 멋진 아가씨로 자랄 대목들이다. 아마 길거리 캐스팅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항상 같이 다닌다.
도대체 저들의 부모는 어떤 부류인지 한번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내가 있는 곳으로 건너오는데 항상 동일한 사람이 가운데를 차지한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그중에 가장 우월하다.
아마 자신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이루어지는지 아니면 동물적인 생존 감각인지 모르지만
좌우는 잘 몰라도 가운데는 항상 일정한 아이다.
세상에는 그렇게 끼리끼리 모이고 그중에자연히 중심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것을 본능적으로 파악 하는것 같다.
지금 초등학교 고학년이니 곧 중고등학생 되면 뒤에서 광채가 날것 같다.
제발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
나도 저런 탈렌트같은 딸 이쁘게 키워봤으면 하는 생각도 간혹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니 성깔이 좀 있을까?
설마 있다해도 지금의 내 큰 딸 효진이만할까?
그래도 자기 닮은 딸 낳으면 고생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아직 생각은있어 다행이다.
아침마다 한곳에 집중을하면 수많은 일들이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육교옆 은행나무 잎색이 변하고,
녹색 어머니들 표정이 바뀌고,
등교시켜주는 차속 아빠들이 바뀌고,
아이들의 옷이 계절따라 바뀌고,
학교도 건물색이나 나무잎들로 옷이 바뀐다.
또한 그곳에는 알게모르게 반복되는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 같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은 정말 하나도 없다.
세상은 날마다 꾸준히 변해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니고 그때의 저사람이 오늘의 그사람이 아닐 수 있다. 사람은 순간마다 태어날 수 있다.
그러니 누구도 감히 타인을 판단하고 정죄할 일이 아닐 것이다.
같은 물에 발 담글 수 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 가능한 좋은 것만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야 겠다.
단 한번 뿐인 인생이니까.
그래도 조금은 삶의 중심에서 살고 싶은 욕심을 미소 지으며 가져본다.
그렇다고 주먹에 힘까지는 못주겠다.
나도 참 많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