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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변화

박감독 2013. 6. 1. 11:28


과거 대기업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한 가지 장점이 겨울이면 그 회사의 리조트에 1주일간 의무실 파견 나가는 것이었다. 파견도 그냥
맨몸 파견이 아니고 가족을 동반해서 마음껏 지낼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45평 콘도에 4인기준 하루 12장의 식권이 나오고 ( 가격 불문)
가족이 완장을 차면 하루 36만원의 개인 레슨 공짜에 모든 리프트도 줄서지도 않고 공짜이다.
첫날의 기억은 천국에 온 듯 나나 가족들에게 황홀했다. 경치도 좋았고 의무실 근무하면서 종종 스키타는 재미가 쏠쏠했으며 가족들도
보드를 공짜로 레슨받으면서 마음껏 타는것을 좋아했다. (1주일의 의무실 근무동안 장파열, 인대파열. 눈손상, 골절 등 많은 환자를 봤으니 한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동안 병원근무하려고 새벽에 퇴근하고 출근하면서 눈 떠있는 아이들 보지도 못한 아빠의 죄책감을
해소시켜준 기회였다.
그런데 천국의 하루 이틀이 지나고 사흘 나흘이 되어가니 희열도 시들어지기 시작했다. 피곤한데 공짜 레슨에 리프트를 안 쓸 수도 없고
배도 별로 안 고픈데 비싼 식권을 버릴 수도 없었다. 한마디로 즐거운 식사시간이 가족들에게 고문시간이 되었다. 맛나게 먹고 운동하면서
소화를 시켜야 하는데 체력이 고갈되어 버렸고 소화기능도 떨어져 버렸다. 그 신나던 기운은 대관령바람 따라 날아가버렸다.
결국 마지막 날에는 쌓였던 식권을 타인에게 주고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1주일이 아니라 딱 3박 4일 이었으면 아주 좋은 멋진 추억이었을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확실히 너무 풍족해도 좋을 것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자주 인용하던 하나의 경험이 있다. 모든 것이 적당히 있어야한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결론을 위한 좋은 경험이었다고 믿고 있었다. 재벌이나 유명인들이 자극을 찾아 헤매다가 도박으로 빠지는 과정이 다 이런 것이라고 믿었다.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면서 과거의 행복을 허무하게 잃어버리는 불쌍한 부류라 생각했다. 그것이 진리 인줄 철썩같이 믿고 현재의 내 삶에 만족하면서 살아왔다. 조금 모자라도, 조금 힘들어도, 개인 시간이 없는 듯 해도, 곰같이 사는것 같아도, 진실보다 체면을 위해 사는것 같아도, 무엇이든 조금씩 모자라는 상황이 오히려 내게있어 좋은 것이라 믿었다. 사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았기에 오늘의 내가 있으니 후회는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많은 생각의 변화가 일어난다.
결코 1주일이 길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활용할 줄 몰라서 뒤틀어진 것이다.
힘들어서 중간에 하루 푹 쉬었으면 마지막까지 아이들도 재미있게 놀았을 것이고 배불러 식권 사용하고 싶지 않았으면
그냥 그때그때 남들 주면 될 것을 아까와서 기어히 챙겨 먹다가 소화 불량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공짜라 해도 알아서 조절했으면 1주일을 편하고 즐겁게 지냈을 것을 바보처럼 모든 것을 다 써버리려는 공짜 욕심때문에 귀한 시간을 망쳐버린것이다.
방에만 축 쳐져 있는 가족들을 (쉬고 싶어하는데) 완장 채워주면서 아깝다고 나가서 스키타라고 재촉한 나의 욕심이나
시간 되면 꼭 식권을 써야한다는 내 답답함이 1주일의 후반을 그렇게 만든 것이지 꼭 조금 모자란 듯 해야 진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이런 성격이 절약의 미덕으로 중요하다 여겨졌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양보다 삶의 질이 중요한 것이다. 음식의 미적 요소나 양념을
위한 것 까지 다 먹어서 비워야 알뜰하고 교양있는 사람이 아니다. 시간도 그렇게 써야한다. 여유가 풍겨야한다.


 


타인이 보기에 충분히 멋진 삶이더라도 자신이 만족 못한다면 그것은 멋진 삶이 아니다. '항상 변함 없다'는 것은 칭찬이 아니라 모욕이라는 광고도 요즘 있지 않던가? 나도 여유를 갖고 사는 현명함을 배워야겠다. 아무것도 안하는 자유도 아름다운 것이다. 절대 낭비가 아니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좀 있더라도 그냥 내 개성대로 살아가보고싶다.
가족들에게 피눈물 나게하는 것만 아니면 해도 되는것 아닐까? 이제는 나도 그런 자격있지않나?
지금 이대로만 가도 중간은 하는 나의 삶. 그냥 이대로 생각하지말고 쭉 계속 갈까? 사실 그것이 가장 쉽다. 하지만 후회할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남았을까?
내가 모험을 할 수 있는 체력이나 정신이 언제까지 내 소유로 가능할까?
진정한 행복은 그것을 소화 시킬 만한 수준이 되는 정신 상태의 사람만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요금 변화되는 사고에 내 삶의 목표와 안전띠를 재조정 하게 된다. 

목표가 꼭 교육적이어야할 필요 없고 행위에 그럴싸한 이유가 꼭 붙어야할  필요도 없다.  내가 원하면 하는거다.
결국 삶은 내것이니까. 그래 다시 해보자. 해보는거지뭐.

그런데 혹시 하고 싶은것이 많은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것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