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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

박감독 2012. 8. 9. 09:31

어디나 그렇겠지만 병원의 월요일은 완전히 시장통이다.
주말을 통해 다치신 분들이나 무리하다 통증 생겨서 오신분들이많다.
급하게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치료후 내게 오신분들도 있으니 나를 믿고 오신분들에겐 감사함과 의사로서의 책임을 느낀다.
성형외과 피부과등 비급여 병원처럼 예약 환자오는 것도 아닌 나의 전공인 정형외과인 경우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어떻게 보면 한심해 보이는 정도의 월요일 아침 병원 로비의 광경이 반복된다.(OECD 국가 병원중 이런 광경이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서 자주 오는 노인 환자들에겐 월요일은 되도록 피해서 오시면 덜 기다리고 시간도 안뺐기고 치료도 편하게 받을 수 있으니 좋다고
누누이 설명드리는데 아무리 이야기 해도 금방 잊고 또 오신다.
너무 아파서 자주 와야하는 분이면 이해할 수 있지만 한달에 몇 번 안 오면서 꼭 정확히 월요일 한참 바쁠 때 와서 많이 기다렸다고
불평을 하면 내 속이 터진다. 먼저 보게 해달라는 부탁을 내가 냉정하게 거절하면 다신 안올 것처럼 하면서 결국 다시 오시는데 그 날은 또 월요일이다. 노인이 되면 다 이렇게 생각이 없어지는것일까? 거의 매일 오면서 월요일에도 또 오시는지...평일에도 집에서 쉬면서 왜 월요일 아닌 다른날은 안오시냐 하면 그냥 하다보니 그렇게 된단다. 답답하다.
이렇게 자주 오면 거의다 삭감 되면서도 그냥 치료해드리는 경영자인 의사의 마음을 아실까?
그나마 젊은 부류도 이런날 뻐근해서 그냥 물리치료만 하러 왔다 하면 그들에겐 잘못이 없는데 괜히 속으로 짜증난다.
신환(새로오는 환자)를 봐야 하는데 많이 기다리다 그냥 가버리기도 하고 찢어지고 부러진 분들 치료하다 보면 자꾸 밀린다.
열심히 환자 통증 치료하는데 직원들도 지쳐 병원 이미지상 좋지도 않다는 원장으로서보다 경영자로서의 생각에 마음이 편찮다.
이럴땐 간단히 물리치료만 하러 오신 노인 분들은 가급적 화요일에 오시면 좋은데 그게 맘대로 안된다.
단돈 1500원만 내면 치료 받을 수 있으니 30분 이상 기다리든 말든 편하게 오시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항상 월요일 오후가 되면 나는 파김치 되어 환자를 친절하게 보기가 힘든데 맨날 오는 환자들이 올때마다 같은 하소연을 하면 듣다가고
속에서 폭발 할 것 같다. 이렇게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가야하는가 하는 생각에 처량하기 까지 하다.
오후에 물리치료실 가면 직원들은 표정부터 파김치가 되어 환자들 치료가 제대로 될까 걱정 되어 힘빠진 내가 웃음으로 힘을 보탠다.
월요일이 바쁜줄 모르고 왔으면 일단 기다려야 당연한것이고 그렇게 바쁠때는 필요 없는 이야기는 삼가야한다는것이( 자신이 가입해 있는 봉사 단체 가입 원서 내밀면서 부탁하고, 별것 아닌 CD MRI 내밀어 한참의 다운로드후 설명 다 듣고 심각한 것처럼 걱정하더니 예비군용 진단서 잘 써달라고 진빼고) 상식인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자기만 생각할까?
하긴 의사가 아픈 사람 앞에서 상냥하게 해야하는 것이 상식인데 오늘처럼 내 얼굴이 굳어 버리는 것도 상식은 아닌 바로 몰상식이겠지.
다 자기 기준이다. 그러려니 하자.


확실한 것은 내가 일단 환자들과의 관계에서 한번 언짢아지면 환자도 물론 그렇겠지만 내 마음이 계속 편하질 않다.
그냥 내가 손해보고 마는 것이 더 속편하다.
자신이 혜택 받은 것은 잘 잊고 손해본 것만 잘 기억하기 때문에 세상일에 자신이 조금 손해본다 셈 치면서 살면
얼추 결국 서로 비슷비슷한 상황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 사람이 어디 다 좋겠는가? 나도 남들이 볼 때 좋은 의사일 수만도 없을 것이다.
그냥 그러려니 그렇게 살아가자. 앞으로 월요일에 기다리다 지친 환자가 다른곳으로 가면 그저 나와 시절 인연이 안돼서 그런것이라 생각하고 미련을 갖지 말자. 내가 뭐 별것인가?
그냥 내게 오는 인연 반갑게 맞아들이자.
그리고 모든이들에게 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여기자. 그런 것이 사실 이기도 하고. 인생에는 다 각자의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봄날에 피는 코스모스도 다 이유가 있어서 일찍 꽃망울을 피웠을 것이다.
시절인연을 중요히 여기면서 나를 스쳐가는 많은 이들에게 가능한 복을 나누어 주리라.
그게 결국 내게 복을 쌓는 것이니까.
이거 생각보다 아주 이윤이 많은 장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