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낙서

여성시대

박감독 2018. 3. 3. 14:34

정형외과 개업 생활 18여년 동안 방사선과 직원이 휴가때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당연히 항상 남자였다. 이번에도 당연히 남자인줄 알았는데 휴가 직원이 여자 방사선사를 구했다. 본인도 남자인줄 알았단다. 인사 왔을 때 놀랬지만 취소할 수 도 없고 그냥 계획대로 하기로 하고 대신 문제 있으면 바로 휴가 당사자를 호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형외과 특성상 힘있는 남자 직원이 일을 해야 모든 것이 수월해서 보통 여성은 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제 웬일? 지금까지 왔던 수 십명의 아르바이트 방사선사 중에 촬영을 제일 잘하고 진행 속도도 엄청 빠르며 친절하기까지 하다.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해결해서 마무리를 짓는 모습에 경외감마져 느꼈다. 저렇게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프로근성이 나오지? 외부인이 와서 아르바이트 하면 내 병원의 비싼 DR 기계에 미숙해서 한번정도는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번에는 처리하려는 의지가 달랐다. 기존 직원에 밀지 않고 본인이 직접 전화를 여러 곳으로 해서 기필코 해결했다. 토요일이니 근무하는 담당자도 없어 직접 여러 사람을 거쳐서 해결했다.

저런 가녀린 여성이 일을 저렇게 잘하는데 사지 멀쩡한 남자들이 그동안 해온 것과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요즘 MeeToo 운동이 활발한데 그동안 별 것 없는 놈들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목에 힘주고 살았던 것 같다. 이제 세상은 여자가 지배할 것 이고 그게 오히려 이상적인 과정일 듯싶다. 나를 많이 깨우쳐준 하루였다. 여성들이 위대하면서도 조금은 두렵다. 이들이 세상을 지배하면 너무 투명해지는 데 그럼 나같은 사람을 숨을 쉬지 못할것 같다. ㅎㅎㅎ

                                                                                  <여성의 날 행진 >

PS) 요즘 여기저기서 Me Too 고발이 넘치는데 참 남자들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간다. 사실 내가 알던 세상보다 더 나쁜 남자들이 이렇게 많은줄 나도 몰랐다.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도 메스컴에 얼굴을 내밀까? 참 뻔뻔하고 대담하다.

하긴 그 속에 빠지면 그게 죄인줄 도 모를 수 있다. 특히 예술인은 다 끼가 넘칠 수 록 능력이 있을테니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유명한 천재 예술인중에 정상적인 평범한 사고방식을 갖은 사람은 없지 않나?

나는 유명인이 아니라 미투도 없네. 아님 내가 미투를 해야하나? ^_^ 하여간 세상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