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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응급환자의 21세기적 대처법

박감독 2017. 1. 16. 00:15

간혹 장거리 비행중에 발생되는 환자로인해 방송으로 의사를 찾는 경우가 있다.대부분 노인이나 성인병이 있는 중년 승객들의 심혈관계나 호흡기계통의 문제인 경우가 뻔하다. 그럼 나는 망설이다가 의사가 없는듯 하면 할수없이 나가본다. 전공이 정형외과이다보니 그들에게 해줄수 있는일이 별로없기때문이다. 심각한 경우는 누가봐도 알수있고 그 이외의 경우는 말로 안정시키는것 말고 해줄것이 아무것도없다.

그런데도 안나갈수없는 것이 그나마 의사로서의 양심때문이다.

 

얼마전에도 비행중 방송이 나왔다.하필 아이들과 같이가는 여행이라 의사를 찾는데 내가 안나가면 뒷자리에 있는 아이들에게 면이 안서니 할수없이 갔는데 역시 아주머니가 어지럽다는것이다. 나는 환자를 눕히고 혈압과 맥박을 재고 하지를 거상하여 현압상승에 도움을주고는 그냥 말로 안심시킬뿐이었다. 항상 그렇듯 정말 환자에게 해줄것이 없다. (사실 이정도는 승무원들도 다 할텐데 의사를 찾는 이유를 알수없다. 혹시 환자의 심적위로를 위해서? 아님 회사의 책임회피 비상구용?)

 

약 이십분후 안정되어 자리로 돌아가니 아이들은 이미 깊은잠에들어있어 내가 뭘하는지도 모르고있었다. 결국 나는 비행 수시간동안 자주 앞으로 가서 아주머니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말로 안정시키고 다시 돌아오길 수차례 하다보니 환자는 무사히 도착했다.

비행기가 착륙한 후 승무원이 내게와서 감사하다 하고 의사면허번호와 집주소를 적어갔다.  열시간 가까운 내 비행기 여행은 그렇게 허망하게 스트레스 속에서 끝나고 약 2주일 쯤 후에 집으로는 딸랑 감사카드와 장난감수준의 여행용 디지탈 시계가 왔다.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일까? 이러다 만약 환자에게 큰 사고가 나면 과연 누가책임질까? 항공사에서는 의사를 두둔할까? 아니면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할까? 환자보호자는 의사를 가만히 둘까? 의사 승객의 양심적 호의는 이렇게 값싸게 대우받아도 되는것일까?



의사 친구중에 환자를 보는 임상의사가 아닌 검사를 위주로 하는 의사인(임상병리. 해부병리,예방의학, 기초학  등등 ) 경우에도 방송으로 계속 의사를 찾아서 할 수 없이 환자에게 갔었다는 자조섞인이야기도 듣는다. 그들은 환자를 수십년간 치료한적 없는데도 항공사는 개의치않고 전공에 관계없이 의사를 찾고 진찰후 의사번호를 적어서 상부에 보고한다.

이런경우 의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열악한 기내 환경속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의사는 변명없이 책임을져야한다.

만약 비행중 발생된 환자가 사망하는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될까? 항공사에서 의사가 진찰했음을 강조할것이고 환자는 항공사뿐아니라 승객겸 의사에게도 소송을할것이다. 결국 의사는 선한의도로 도와줬다가 죄를뒤집어 쓰는 꼴이된다. 혹은 환자에게 별일없이 잘 비행을 끝났다면 비행중 신경쓰니라 그 긴 시간동안 노심초사한 의사는 그냥 그것으로 끝인가?

 

응급실에서 환자를 살려도 인공호흡하면서 발생되는 불가항력적인 늑골골절을 항의하고 고소하곤한다. 그런데 비행중 발생된 환자에게 큰후유증이 발생하게되면 환자의 보호자들이 의사를 고소하지않고 항공사만 고소할까? 암말기 환자를 해외여행시키겠다고 항공사에 비밀로 하고 가다가 사고난것도 고소하는 세상이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회사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사과해야하지 않나?  세상에는 생각보다 비상식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럼 도대체 항공사는 비행중 발생되는 환자를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또한 승객으로 동승했던 의사가 선행으로 시작한 진료에 문제가 발생되면 어떻게 해야하나? 간혹 비행중 환자의 생명을 살려 기사화되는경우가 있는데 바꾸어 말하면 그 만큼 문제되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다. 모든 치료가 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도 60세 유명여배우가 비행도중 심장마비를일으켜서 그 후유증으로 몇일후 세상을 떠났듯이 사건은 언제든지 생긴다.

 

비행중 응급상황발생시 거점 병원과의 긴급전화통화 시스템이되었다곤 하지만 그건 요식행위일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기내에 의사를 직원으로 둘 수도 없다. 승무원들을 응급구조의 기본 교육을받게 했다해도 환자치료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는법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 가족도 없이 병원에서 살면서 환자에게 모든것을 바치는 그런 부류의 실력있는 외과의사를

                                   의료인으로서 당연하다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내세워 강요한다면 그것은 이기적인 범죄행위다.)


이제는 진화된 방법으로 가야한다.

 

1.비행기 출발전 비상탈출구 설명할때 같이 의사찾는 방송을 미리 하자. 즉 기내에 환자 발생때마다 의사를 찾는 방송해서 의료인에게 양심을 시험하게 하면서 책임전가 시키지말고

처음에 ㅡ환자발생시 도움을줄 의향이 있는 의사ㅡ를 찾는것이다. 없다면 없는 줄알고 그 이후로는 항공사 자체 내에서 배우고 익힌 프로토콜대로 책임지고 응급 환자를 보호하는것이다.

 

2.혹시 도움주겠다하는 의사가 나서면 찾아가서 전문분야를 미리파악하고 기내에 구비된 약품, 기구 목록을 보여주고 알려줘야한다. 상호간 합의 되면 법적인< 동의서>에 싸인을 미리 받는것이다.

<동의서>에는 항공사가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질테니 가능한 의사로서 진료에만 집중하면 된다는등의 항공사로서의 의무와 책임를 믿게해줘야한다. 그래야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그런 동의서가 있어도 환자 보호자는 의사를 고소할것인데 법적인 보호 장치없이 항공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양심만 강요하는것은 강도나 다름없다. 의사는 바보 들러리가아니다

 

3. 항공사는 그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해야할것이다. 항공사에 도움을 주려는 의사는 싸인을 함으로서 계약이 성립되었으니 비행중 내내 편할수는없다. 모든 상태가 열악하지만 환자 치료를 위해 마음 상태를 유지 해야한다.  결코 여행중에 원하는 일은 아니지만 의사로서 해야할 일이기에 자진해서 하는것이다. 평생 후회가 없게하기 위함이다. 그것을 히포크라테스 선서 운운하면서 무조건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니 그에 합당한 댓가를 지불해야한다. 그것은 무형의 재산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며 전문가로서의 권리이자 자존심이다. 마일리지혜택도 좋고 동반한 가족에게 자긍심을 느끼게할 수준의 기념품등 무엇이든지 좋다. 다만 전문가의 노고를 경솔하게 치부하면 안된다. 상대의 호의를 가볍게 여기는 후진적인 버릇이 관습이 될정도로 우리 나라가 미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4. 항공사에서 평소에 의료인 리스트를 관리한다. 항공사와 자주 비행기를 이용하는 의사간의 계약을 체결해서 리스트를 평소에 정보를 공유하면서  관리하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간호사나 응급구조사도 고려할만하다)

 

5. 항공사는기내의 일정한 공간을 의무실로 개조해서 사용한다. 그루즈 승객용처럼  벽에 붙이게 만들면 평소에는 활용도가

높으니 좌석 6개정도를 손해봤다고 생각한것없다. 환자를 바닦에 눕혀서 진료하는것은 환자에게도 의료인에게도 할짓이 아니다. 지금은 전쟁중이 아니니까 말이다. 


6. 저가 항공은 비용을 낮춘 만큼 위험 부담도 승객들이 같이 분담해야할 것이니 열외로 보는것이 낫다.

 

 

의사의 전공을 무시하고 무조건 의사만 찾는 책임회피성 무책임함을 이제는 지양해야하지않을까? 환자가 발생되면 요식행위를 떠나서 진정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 필수적인 약품과 기구를 기내에 항상 구비하고 환자 상황에 맞는 적정한 전문 의료인을 찾아야한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많아서 기내에 의사가 없을수 없다. 그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현명하게 유도해야한다. 이건 법으로 강제화시킨다고 될일이 아니다. 기본 시설도 허술한 앰뷸러스가 아직도 서울 시내를 그것도 부자 동네라는 강남구를 누비고 다니는 한심한 수준이지만 최소한 하늘에서는 그러지 말아야한다. 그게 바른 양심이자 진정한 선진국이다. 우리는 이제 그 정도는 해야할 수준은 됐다고 믿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