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번째글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해마다 제일 좋아하는 기간이 있다.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부터 31일까지의 연말 1주일 기간이다.
왠지 풀어져도 될듯한 여유와 새날을 맞이한다는 기대감으로 기분이 좋다. 그만큼 이런 마음의 휴가 기간이 끝나는 오늘 같은 31일은
서운하다. 게다가 내가 50대로 진입하는 순간이라 더더욱 달갑지 않다.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지. 내년에도 또한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2012년 마지막 일몰. 나의 40대 page가 조용히 넘어간다.
잘 가라 나의 40대여 !!!!
최선을 다해 사랑했기에 후회는 없다. ^_^ )
이 글이 내 블로그의 200번째 글로 등록이 된다. 앞으로도 매년 100개정도씩 쓸 수 있을까?
그동안 많이 모아 놓은 것을 정리한 것이 작년이고 올해의 것들은 신선한 것들인데 아마 100개 정도는 쓴것 같다. 한때는 하루에 두 개도 쓰고 이래저래 바쁠때는 주일회 채우기도 힘들었다. 내 아내는 내용들이 다 딱딱해서 보기 싫다한다. 내가 보기에도 유머스런 가벼운 이야기들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글재주 있는 사람도 아니고. 난 그냥 내 마음의 기록들을 사진과 함께 남기려는 일기일 뿐이다. 간혹은 화나는 감정을 풀어주기도 하고 행복한 감정을 담아주기도 한다. 새로운 지식을 남기고 싶어 옮기기도 하고 때로는 내 블로그를 찾아주는 소수의 정예부대(?)를 위해 의도적으로 남기기도 한다. 동영상도 남기고 싶은데 아직 그런 기능은 없다. 때로는 나 자신의 실체보다 더 멋지게 써보기도 하고 간혹은 자포자기로 하소연을 깨알처럼 뿌려서 그리기도 한다.
내 자신이 이제 50을 넘어서고 박영근이라는 실체의 한계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하면된다거나 죽기아니면 살기가 아니라 죽기로 하면 무엇이든 된다는 어설픈 군대식 감언이설로 삶을 다루기에는 아까운 잔여 시간들이다. 세상에 안되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낭비하지 말자.
원하던 의사로서 살아온 세월이 벌써 23년이다. 환자의 통증을 치료하고 도와주는 직업으로 만족하려 애쓰면서 살아온지가 23년이다.
그러나 솔직히 이제는 내 앞에서 아프다고 표현 하는 사람들이 과거만큼 안쓰럽지 않다. 이건 결코 초심을 잃은 것이 아니라 인지상정이라
생각한다. 이나이에도 초심을 잃지 않으면 오히려 편집증 환자가 아닐까? 그냥 좋은것만 그리고 멀리서 큰것만 보고 살자. .
아무리 설명해도 다들 알아서(인터넷 통해 어설프게 아는 지식도 많다) 자가 치료하고 의사 소개를 원해 날짜 잡아주면 신문 기사보고 내게는 말도 없이 다른곳으로 찾아가면서도 미안해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내가 괜히 나서서 도와드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난 그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수준일 뿐이다. 내가 그 이상을 해줄 수 있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사람들은 다 자기 위주로 생각할 뿐이다.
그게 평범한 사람이다.
지적인 친척들까지도 내게 진찰 받고 설명드리면 그제서야 사실 어느 어느 병원에서 다 검사했다고 뒤늦게 이야기하면서 병을 재확인하는데 내가 쓰이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 속에서 속병 걸리지 않고 살아가려면 그냥 무던하게 상황을 인정하고 보내는 것 뿐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분별하려는 이성을 (별 보잘것 없는 이성) 속 편하게 내려놓아야겠다. 환자도 그렇고 친척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지인들도 그렇고 다 그럴 수 있다고 만 생각하자.
나도 바보처럼 실수 많이 했고 그게 바로 나 라는 것을 그냥 인정하자. 최근 김남도 교수님의 책 제목처럼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믿음으로 계속 흔들릴 수록 좋은것 아니겠나? ( 사실 이 말이 맞다면 난 이미 할아버지가 되어있어야 한다.^_^ )
내 지인중에 1주일도 휴가 내지 못하고 계속 일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 보기에는 배부른 소리겠지만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
솔직히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싶다. 모든 것을 다 잊고 몇 달을 여행하면서 편하게 글쓰면서 살아보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싶다. 가족이 함께하는 유럽 여행마저 유격 훈련처럼 하는 대한민국 국민 근성을 벗어던지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 속박없이 햇살 비추는 발코니에 앉아 커피 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루종일 보고 싶다. 어짜피 한번 사는 삶인데 내 것인데 내가 내것을 쓰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것인가? 세상의 평가는 어짜피 성공한 자에게만 관대할 뿐 테두리를 조금이라도 벗어난 사람에게는 무관심하니 신경 쑬 필요도 없다.
지금의 삶 속도로 그냥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할 것이고 주변 지인들에게 폄하되지 않고 좋게 세상 떠날 수 있다. 하지만 뭔가 한번 더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 이대로 끝내기에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주제파악을 못한 것일까? 그렇다고 가정을 흔들 수 있는 모험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은 세상에는 없으니까.
내년부터는 내 스타일대로 남들의 평가에 신경 쓰지말고 살아가야겠다. 사실 소심 A형이니 그렇게 산다는 것이 불가능하긴 하겠지만 지금과는 조금씩 다르게 살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석 타기 위해 마일리지 적립하고 영어 회화 간혹이지만 꾸진히 보고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직장일도 매일 하고 내가 삶을 리드하기 위해 체력도 꾸준히 유지한다. 돈과 체력이 있어야 여행하는 것이니까.
언젠가 50대의 이름으로 꼭 일탈 할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지금까지도 자식들에게 힘이 되어주시는데 솔직히 나는 그럴 자신 없다. 없는 능력에 스트레스 받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왠 만큼 성인이 되어 월급을 벌기 시작하면 난 전부 놔주고 아이들 역시 내게도 의무감 갖지 말고 알아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라고 말 하려한다. 나도 내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만큼 업적을 이룰 수는 없다. 그것은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운이 따르는 사회 경제 구조상 가능했던 과거의 것 이라 변명아닌 변명을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화 되어 눈먼 주인없는 돈은 없어진지 오래인것 같다. 아님 나만 모르고 살아가고 있나?
내년에 한번 나를 흔들어보자. 흔들림이 버거워서 지나치게 어지러워지면 그냥 쉬면 된다. 별것 없다.
그런다고 세상 바뀔것도 없다. 우리 가족들도 다 알아서 잘 살아갈테니까.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맞나 한번 확인 해보자.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