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결혼식
항상 그렇듯 터미널에서 떠나는 마음은 설레인다. 커피 마시면서 스쳐가는 버스 창너머
풍경을 곁에 두고 사색하는 여유로움은 마음을 평온하게한다.
잠시의 일탈은 항상 신선하다. 일요일 아침에 하는 나 혼자만의 여행이 얼마만인가?
오늘 자벙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있다.
내가 아끼는 후배중에 참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있는 놈이 재혼한다. 멋진 마스크와 뛰어난 수술 실력
그리고 착한 품성을 지녔는데 참 인생이 안풀리는 친구다.
오랜기간의 별거 끝에 이혼하고 의료 사고와 수년간의 법정 분쟁 그리고 패소와 신용 불량 낙인...
그런 어려운 와중에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신앙심으로 무장하더니 결국 사랑하는 여인을
운명처럼 만난다. 그 이후 조금씩 인생이 회복 되어가니 새옹지마가 이런 경우아닐까?
후배가 모든면에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과정이라 그 젊고 고운여인이 떠날줄 알았었는데
이렇게 옆에서 변함없이 지켜주고 있으니 속물인 내가 오히려 미안할 따름이다.
넉살 좋은 후배는 신부에게 하는 서약서를 유머섞인 진지함으로 참 잘 표현했다.
역시 나와 비슷한 종류야...
그래 행복하게 잘 살아라.
누구나 자기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지 남 신경쓸 것 없다. 인생 별것 아니다.
너 닮은 아이 낳고 부모 속 썩혔던 것 댓가를 톡톡히 최대한 치루면서 알콩달콩 잘 살아라.
많은 시련을 함께하며 헤쳐지나온 진정한 사랑의 두 사람은 대기실 의자를 거쳐간
수많은 신부들 중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인생 담금질은 아프면서도 고마운 것이다.
고통이자 행복며 달콤하면서도 씁쓸하지.
두분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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