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를 업으로 삼아서 작은 지식을 가지고 흰가운을 걸치고 환자를 대한지 20여년이다.
그동안 지나온 많은 환자들중에 참 존경할만한 분들이 많이 있다. 그릇된 행위로 내게 인생 스승이 되어주신 분들도 항상 고마운 마음이지만 정말 존경을 표할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많이 보면서 지금까지 성인이자 의사로서 단련 되어온 것 같다.
육체의 통증을 마음의 인내로 잘 다스리는 분들,
솟아나는 분노를 이성으로 제어하는 분들,
타고난 장애를 참 긍정적으로 소화 시키는 분들,
갑작스런 사고의 장애에서 정말 빠르게 벗어나는 초인적인 분들 다 내겐 스승이 되어 지나가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은 잊고 있던 행복이라는 큰 복주머니가 내 뒷춤에 바로 붙어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준다.
행복은 다 상대적인 것이다.
위를 보면 항상 모자라고 아래를 보면 항상 넘치는 것이 인생이다.
결국 내가 어디를 보느냐에 모든 행복이 달려있는 것이리다. 세월의 동반자로 나이들어 사랑과 존경으로 젊은이들의 귀감이 되시는
노부부들도 젊은 시절의 고통이 있었으리라 난 확신한다.
절대 비오지도 않았는데 땅이 굳을리 없다.
요즘은 20여년된 연륜의 부모가 되어서 그런지 아픈 자녀를 둔 부모를 보면 참 애처롭다.
그들의 상처난 등에 뿌려진 소금 간의 고통을 누가 알겠는가?
씻어줄 눈물 마져 없는 그 허탈함을 누가 알겠는가?
내게 간혹 오시는 부부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은 10대 아들을 휠체어 태워 오시는 부부의 눈에는 희망이 없다.
아케론강을 건널때의 비통한 눈물은 가시고 망각의 강인 레테의 강을 건너면서 추억까지 다 상실한 초점없는 눈빛을 하고 있다.
삶의 기쁨인 여행도 못가시고 24시간 내내 긴장하며 아이를 돌보며 세월을 보내야하는 삶의 고달픔을 달래드리기 위해
간혹 영양제 주사로 위로해 드린다.
다 이유가 있는 삶일것이라 위로를 마음으로만 드리지만 사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평생 모를 것이다.
모든 것은 돌고 도는 것이니 내게 없는 불행을 어깨에 지고 사시는 분들에게는 보다 더 애정을 가지고 보살펴야겠다.
모든 불행이나 모든 사랑의 합은 일정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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