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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의 단상


몇 번의 시도는 해봤다. 그런데 도저히 안된다.

이게 내 한계인가보다.

난 남성 전용 미용실인 블루 클럽에서 7000원에 커트한다. 그것도 6000원에서 올랐다.

한때 나도 좀 있어보이려고 동네 수준 있는곳 ( 우리아이들은 부담없이가는곳)에서

3만원 주고 커트 2번 해봤다.

그런데 공짜 커피만 많이먹고 말 많이 시키고 결과는 별 차이 없는 것 같아 다신 안간다.

오늘도 결국 써비스 좋은곳을 지나 내 전용 미용실로 갔다. 일요일 아침이라 일착이다.

평소처럼 눈인사하고 아무말 없이 앉으면서 복잡할 것 없이 딱 한마디만 하면 된다.

"4번 스타일이요".

그런데 옆자리 누가 조용히 앉는데 꾹눌러쓴 모자를 벗으면서 ‘빡빡 밀어주세요’ 한다.

순간 정적이 흐렀다. 피부로 봐서는 참 젊은 친구인데 머리가 너무 없다. 군대가려하는것도 아니고 수많은 고민후에 나온 결정인 것 같다.

아파서 그렇기에는 좌우가 대칭으로 그동안 갖은 정성을 들여온 듯 한데 밀어달란다.

곁눈질로본 그 친구의 첫인상은 참 선하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클까?

자신의 얼굴을 바로보지도 않고 내리 깔고 다소곳하게 앉아서 기다린다.

전동기를 든 아가씨의 표정도 밝지는 않다.

‘안아프게 깎아 주세요’ 하는데 마음을 안아프게 해달라는 것 같아서 더욱 안쓰럽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상속이겠지만 그 마음 도담아주고 싶었단.

하지만 세상엔 절 때 공짜가 없다는 것 또한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나설 상황은 아니지. 어짜피 자기가 헤쳐나가야할 인생이다.

조물주는 분명 다른 위대함을 그 친구에게 주었을 것이다.

세상엔 일방적인 것 하나도 없다고 믿는다.

가난한 가정의 자녀는 강한 독립심을 배우고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은 깊은 배려심을 배울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세상은 그렇게 서로를 보완하면서 돌아간다고 믿고싶다.

난 그날따라 조용히 귀속말로 이야기한다.

"숱 많이 쳐 주세요"

20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