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 4회 성공 ^_^
네 번째 마라톤 완주를 무사히 마치고 월요일인 오늘 몸은 쑤시지만 마음은 좋다. 뭔가 이뤄낸다는 뿌듯함이랄까?
하여간 오늘은 말도 안되는 고집을 피우는 환자를 대하면서도 짜증 안내고 잘 넘어갔다.
나는 마라톤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무슨 일이든지 준비된 상태가 아니면 즐길 수 없다는 상식부터 시작해서 출발석에 서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있는 환희를 맛본다. 많은 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보게되고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그 젊음의
열기가 좋다. 물론 완주를 해야 모든 것이 딱 들어맞는 멋진 경험이 되는것이기에 이번에도 내 수준에 맞는 페이스 메이커를 찾아 뒤에
섰다. 4시간 40분 짜리로.
최소한 이들보다 늦지는 말아야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몸을 푼다. 남들은 4시간대를 주파하느냐 마느냐지만
난 5시간 이내에 들어오는 것이 목표다. 5시간이 넘으면 완주가 허용되지 않고 회송 차량에 탑승해야하니 그럼 기록도 없이 그냥 참석만
한 경기가 되니 너무나 허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폭죽과 음악 속에서 상쾌하게 출발 했다. 평소 차량으로 넘치는 서울 잠실 한복판을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간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서울 산책이다. 간혹 길이 막혀서 차량운행을 못해서 인상 쓰는 운전자들을 보면서 이른 아침부터 나왔으면 급한 용무 일텐데 오도가도
못 하니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정보에 취약한 사람들이 당하는 일 인것을... 사람은 주위 변화에 관심을 갖아야한다.
내 경우는 항상 취약 거리가 출발 후 약 20km 지점이다 . 이 시기를 무릎 통증 없이 잘 넘으면 대략 스퍼트를 내서 달릴 수 있다. 무릎 통증이 있어도 기어가면 되니까. 나는 과거부터 단거리보다는 장거리에 자신이 있었다. 신체적인 구조때문일 것이겠지만 이번에도 많지 않은
연습량에도 완주를 목표로하니 내심 내 체력에 자신이 있는것 같다.
춘천과 동아 마라톤은 두 번씩 참여했는데 중앙마라톤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울이라 좋았고 무엇보다 반환점이 있어서 선두 그뤂을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재미였다. 동물적 체형과 스피트로 달리는 아프리카 케냐 선수들을 보면서 인간의 대단함을 느꼈다.
내가 그 선두 선수들을 만났을때가 출발 1시간 44분대 였는데 난 20km도 못갈 때였으니 말이다.
내게 있는페이스 메이커 주자를 찾아 따라가면서 속도 조절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단란트가 있어서 각자의 수준으로 달려야한다. 나 자신을 닮지 못하고 남과의 비교속에서만 살다보면 가장 중요한 완주를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달란트는 수련의 과정 속에서
조금씩 더 발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위한 노력을 절대 잊지는 말아야하고 행복은 결과 보다 그 과정 속에서 찾아야한다.
사람은 과정으로 즐기면서 항상 자기 답게 사는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저 멀리서 운구 차가 보인다. 이런 좋은 계절에 세상을 하직하는 분들은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매년 가을을 구경시켜주고 싶은
사랑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떠나보내는 가족들의 아픈 마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떠나신 분이 어머니면 그 따님을 더더욱 마음 아플것 같다.
나 역시 이런 좋은 계절에 떠났으면 좋겠다.
어디나 시간은 흘러 젖어들어 모든 세상만물들을 가을로 물들게한다. 성남 비행장 부근의 조용한 골목 까지 모든 나무 잎사귀는 가을에 취해있다. 그곳을 17000여명이 화려한 색상의 운동복을 걸리고 힘겹게 달려간다. 그 와중에도 꼭 끼를 발휘해서 특이한 복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사람들이 있다. '칠순 마라톤 클럽‘ 이라는 동호회 이름으로 달리는 허리 굽은 노인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애인에게 청혼하는 내용이나 자녀 수능대박 기원등 등에 크게 달고 달리는 사람도 있다.
기록에 관심있는 분들은 안 그렇겠지만 난 오직 완주에만 관심이 있기에 마라톤할 때 느끼는 무념무상의 상태가 좋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바로 앞만 보고 달리는 그런 단순함이 좋다.
나를 앞서가는 그림자는 나의 중학교 시절의 것과 똑 같은데 달리는 실체는 벌써 35년을 거쳐온 중고 물건이다. 세월 참 빠르다.
드디어 잠실 운동장 골인 지점을 앞두고 아내와 막내 수진이를 찾는다. 아직 뛸 여력이 있는 것 처럼 멋지게 손을 흔들어 보여준다.
올해초에 너무 멋없게 들어왔다는 핀찬을 들은 터라 수진이 보기에 좀 멋지게 뛰어보려고 남은 힘을 다 소진한다.
finish. 라인을 지나고 메달을 받은후 기념 사진을 찍는다. 모든 환희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로서 하나더 추가되는 자긍심이다.
PS) 아내가 도착한지 1분만에 내가 왔단다. 잘못하면 골인점 사진도 없을 뻔했다.
아마 자식 일이였다면 1시간도 넘게 먼저 와서 애타게 기다렸을 것이다.^_^
( 써비스로 주는 순두부와 막걸리 난 이런게 좋다. 서민적인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