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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야기

귄복규 교수님글(펌)

이대 의학교육학과 권복규 교수님의 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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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확진자가 최대 규모가 되었다.
2월에 중국 입국자를 봉쇄했어야 했다. 일정 검역기간을 부여하고 격리시켰어야 했다. 대만이 그러했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우리보다 훨씬 더 긴밀하게 엮인 대만이 그러했고, 지금 최고의 방역 모범국으로 칭송받는다.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했는데도 이 정부가 안 한 이유, 중국 눈치를 봐서였을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시진핑이 방한하고, 그 여세를 몰아 대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결국 실패했다. 그렇다면 4월부터라도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백신을 확보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 대통령은 뭐라고 했던가? "백신을 개발"하라고 했다.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라고 했다. 어떻게든 백신을 확보하라고 한 건 10월이나 되어서였다. 개발? 우리나라 제약산업과 기초 의약학 수준을 알면 그런 소리가 나왔을까? 우리나라 제약회사 매출 다 합쳐도 화이자 하나 만큼도 안 나오는데, 대부분의 약이라는 게 카피약일 뿐인 이 나라의 제약산업이 무슨 수로 1년 안에 새로운 개념의 백신을 개발하는가?

일관된 코드가 있다. 과학이 아닌 "국뽕"이다. 이대로 하면 모래알로 쌀을 만들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면 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은 거 아닌가? 그게 바로 박정희의 국가주의다. 그런데 박정희와 다른 점이 뭔가? 적어도 박정희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은 구분했고, 무리는 있었지만 치밀한 계획을 세워 밀어부쳤다는 것이다. KIST,KAIST, ADD가 다 그때 생겼고, 포항제철도 마찬가지다. 결국 성과가 말해주는 거다.

이런 국뽕, 지겹게 봤다. 황우석때다. 그때는 노무현 정권 때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세력에는 과학자가 없고, 전문가가 없으며, 코드가 아닌 전문가의 말은 귓전으로도 듣지 않는다. 그 자리를 메꾸는 건 비전문가들의 상식, 희망적 기대, 낙관, 국뽕 뭐 이런 것들이다. 그리고 일류 전문가들을 "기득권"으로 몰아부치는 것도 똑같다. 그때 서울의대 교수들이 황우석을 비판하자 수의대 잘난 꼴을 못 보는 의대 기득권으로, 이순신을 모함하는 원균으로 몰아갔다.

황우석의 성공 "젓가락 기술"의 비밀이 무엇인지 아는가? 난자 세포질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핵을 짜내는 기술이었다. 이 micro-manipulation은 수십만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지는 손기술이다. 기계로 대신하기 어렵다. 그러니 전문대 나온 젊은 여성 연구원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라면 먹어가며 소와 돼지의 난자를 수도 없이 짜본 데서 나온 손기술이었다. 이런 능력은 당시에 세계 어디서도 구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섀튼이 박을순 연구원을 자기 랩에 데려갔던 것이다.

K-방역 성공의 비밀이 뭔지 아는가?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핸드폰과 신용정보, CCTV등을 활용한 무제한의 접촉자 수색과 격리, 그리고 전 국민의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협조였다. 중국의 "성공"-성공인지는 모르겠으나-은 이보다 훨씬 더한 사생활 침해의 결과였다. 어차피 사회주의 사회에 사생활이란 없는 법이니까. 어쨌든 이렇게 협조 잘 하는 국민은 세계에서도 드물었다. 그런데 그걸 중간중간 허물었던 게 과연 누구였던가? 쿠폰 주고, 여행가라고 하면서...

젓가락도, 전국민의 협조도 약발이 다했다. 원래 바이러스성 역병의 진짜 해결은 백신으로 하는 것이다. 두창(천연두)이 그러했고, 소아마비가 그러했다. 물을 끓여먹거나 모기장 치고 자서 예방 가능한 것들도 있지만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다. 치료제는 단지 시간과 여력을 벌 뿐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또 "국산 치료제"에 이토록 집착을 한다. 의료시스템을 전체로 보면 이런 헛된 망상은 품지 않을 거다. 대체 무슨 이유로 특정 기업을 이토록 밀고 있는 거냐? 다시 황우석때 생각이 난다. 무슨 이유로 권력의 힘을 총동원해서 그를 밀어주었던 것일까? (국산 백신, 국산 치료제 만들어서 북한에 주는 게 가장 행복한 시나리오였던가?? 황우석은 시베리아 호랑이 복제해서 남북이 나누자고 했었지...)

우물안 민족주의와 국뽕은 대깨문을 대깨문으로 만드는 가장 지독한 이데올로기다. 여기에 "사람이 먼저"라는 유교문화와 향촌사회에 대한 향수가 버무려지면 대깨문이 완성된다. 천만에 사람이 먼저, 감정이 먼저 아니다. 역병이나 전시에는 팩트가 먼저, 사실이 먼저, 과학이 먼저다. 그걸 확실히 깨달아야 역병을 극복하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래야 사람의 목숨도 건질 수 있다.

내 석사논문이 조선시대 전염병 역사다. 시절이 이러하니 그 논문이 갑자기 요새 주목을 받는다. 교훈? 조선은 방역에 철저하게 실패한 나라였다. 우물안 개구리였고,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지금보다 나은 거 딱 두 개 있다. 왕이 근신하고(반찬 줄이고 반성하고), 억울한 사람 감옥에서 풀어주었다(그들의 원한이 역병의 원인이라 믿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것도 안 하지 않는가? 왕이 근신하기는 커녕 아랫사람 탓을 하고, 국민의 원한이 하늘을 찌르는 데도 모른 척 한다.

지석영 선생이 1879년 우두법을 들여오면서 이 땅의 개화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전까지 아이를 낳으면 1/3 이상이 이 병(두창)으로 죽어갔다. 코로나와 비할 병이 아니었다. 19세기의 콜레라 대유행에 대해 조선은(그리고 전통의학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고 나라는 더욱 참혹하게 피폐해졌고, 결국 일본에게 넘어갔다.

군인만이 나라를 지키나? 의사도 나라를 지킨다. 지금 전선이 무너지고 있는데 누가 이걸 무너뜨렸나? 국민이 그랬나? 이건 세월호 정도가 아니다. "사회적 참사" 정도가 아니다. 국가적 대참사다. 왜 방역 전선은 무너뜨렸고, 왜 무기(백신)는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나? 의료인들이 간신히 전선을 유지하는 중에 뒤에서 총질하고 대오를 이간질한 무리는 누구였나? 이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할 거다. 우물안 개구리들, 국뽕 중독자들, 민족주의라는 말도 아까운 종족주의자들, 질투심에 사로잡힌 이류와 삼류 전문가들, 느그들 때문이다.

무솔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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