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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개성


사람마다 개인적인 취향이 있다. 여러 특성이 차별화 되어 있어서 세상 사는 맛이 있는 것이겠지. 생긴 모양도 각양 각색이고 (성형수술 전) 걷는 뒷모습도 다 틀리다. 같은 사건에 해석과 처방이 다르고 동일한 목표를 향한 방향과 속도가 다르니 참 하루하루가 재미나는 세상이다.

내게도 구질구질한 개인적인 특징이 있다.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것이지만 고치려 해도 안고쳐지고 이제는 그냥 그대로 편하게 마음을 따라간다. 집에서도 포기한지 오래다.
난 옷에 신경을 안쓴다. 멋지게 말하면 유행을 선도하고 솔직히 말하면 친구들과 먹는 술값에 쓰는 돈은 아깝지 않은데 옷에 쓰는 돈은

아까와 하는 팔불출이다. 멋진 옷을 입은 모습이 보기는 좋은데 왠지 나와는 안어울릴것 같고 불편하다. 그냥 튀지 않고 야릇한 이끼냄새가

나는(?) 오랜 친구같은 편한 옷이 좋다. 멋쟁이 아들도 내게 핀잔을 주지만 그럴때 마다 난 옷걸이가 좋아서 누더기같이 아무것이나 입어도 좋다고 맞 받아친다.
똥배 나온 숏다리 중년이 멋부린다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너무 비싼 옷을 어쩌다 필요한 정장 모임을 위해 산다는 것도 아까워서 그냥 편한것만 찾는다. 간혹 호텔에 가려면 마땅한 옷이 없어 곤란하긴 하지만 복고풍이라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간다. 어짜피 내 옷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나 이야기 하러 오는 사람 아니면 만날 필요도 없으니까 말이다.

 

                                                                                  ( 요즘 출근 복장 )


요즘은 별로지만 한동안 좋은 겉옷은 내가 나서서 물려받는 편이었다.
숙부님들의 체격이 나보다 작아 얻어입질 못하고 주로 아버지가 입으시던것을 간혹 얻어입었다. 키는 작으신데 품이 커서 내가 입을 만 하고 또 값나가는 좋은 옷이기도 하니 좋았다. 아니면 한번 산 옷을 유행이 다시 돌아올 때 까지 꾸준히 입는다. 언젠가는 복고풍이 되살아나니까. 물론 그러는 내게도 기준은 있다. 너무 디자인이 아니다 싶은 것은 아무리 아버지가 내게 주시려 해도 나도 피할 줄을 안다.

나도 보는 눈은 있다. ^_^

물론 물려받은 옷 때문에 간혹 황당할때도 있다. 내가 어릴적 해변가에서 찍은 사진에 아버지가 입으시던 옷장 수영복을 그냥 가지고 갔었다. 어쩌다 일년에 한두번 가는 수영장이니 눈에 보이는 것을 그냥 집어 갔는데 케리비언 풀장에서 파도타기 하는중에 옷이 확 찢어져 버리는 것이다. 오래된 수영복이 삭아서 물에 젖으니 그냥 쉽게 찢어졌다. 황당하고 재미있으면서 조금은 창피하고 화도 났다. 내 성격은 왜 이런지... 그날 수영복을 바로 그곳에서 비싸게 샀는데 그게 벌써 10년전 일이다. 요즘도 헬스장 라커룸에 가면 얌전히 누워 있다.

23년전 결혼때 쓰기 시작한 침대보가 지금도 있다. 오래쓰니 그만큼 부드럽고 편안하고 아이들이 역시 너무 좋아해서 못버린것도 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쓰던 피아노도 아직 내 집에 있다. 치지도 않는 무거운 구식 피아노를 이사 갈 때 마다( 최소 5번) 아내의

반대를 무릎 쓰고 옮기는 것도 참 이상한 성격이다. 43년 된 피아노가 값나가는 것도 아닌데 이삿짐으로 돈만 더 든다. 언젠가는 내가 치리라 생각은 하지만 지금은 막내 수진이가 그것으로 연습하고 있는 모습에 만족한다.

상가집 갈 때 신는 구두는 18년전 군대에서 쓰던 대위 장교 정장화다. 군대 것이라 무겁고 걸을 때 마다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이 좋아 아직도 못버리고 있다. 평소에는 무거워서 못쓰고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만 신고 간다. 나는 군대 스타일~~!
그 당시부터 쓰던 장갑은 얼마전에야 새것으로 바꿨다.


이렇듯 난 버리는 것 싫어하고 옛것으로 좋아한다. 좋게 말해 검소하지만 친구들 말대로 궁상맞은 경향이 있다. 사실 난 새것 보다는 연륜과 역사가 있는 고풍스런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해외 나가면 꼭 들리는 곳이 골동품점이다. 뭐 대단한 비싼 물건을 살 수준이 아니라 그냥 그 곳 사람들의 풍속물을 사오고 좀 주인이 의심스러우면 그 나라 동전을 (발행 연도가 있는것) 사온다. 그동안 내 보물 상자에 많이 모였다.

스리랑카 아녀자들의 팔찌, 라오스의 대나무 가방(뱀가죽 가방을 못산것이 아직도 아쉽다), 미국 초창기 초등학교 종, 중국이나 인도의 고대나 근세 동전, 영국 해군 장교가 쓰던 망원경, 몽골 마을의 소녀가 만든 수제 인형등등... 아내에게 간혹 농담조로 이야기한다.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남편 만나서 좋겠다고. (그래도 솔직히 여자는 젊은 여자가 아직은 좋다. 환자도 멋진 젊은 사람을 보면 진료에 지치던 나도 저절로 힘이 솟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들마다 다 각자의 개성이 있는 것이니 신경 쓸것 없다.

볼펜도 모나미 것 공책도 칠성 노트만을 고집하는 내 성격은 하늘에서 받은 것이다.

 

                                                                           ( 다양한 와인잔의 종류들 )

 


분명히 내 기준으로는 내 옷이 충분히 많다. 내 보기엔 그런데 아내나 아들은 자꾸 아니라 한다. 아무튼 난 옷이 많다. 옷 살 돈 있으면 지인들과 여행과 대작 하면서 인생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빈 머리좀 채우고 싶다. 가슴은 추억으로 채울 수 있지만 머리 빈 것은 시간이 갈 수록 허망하다. 수십년동안 참 빈 머리로 잘 살긴 했다. 좋은 악기도 사서 다시 연습하고 여행도 시간 되는대로 많이 다녀야겠다. 색소폰도 야마하에서 셀마로 갈아타고 싶다. 이번 겨울에는 내가 대학 첫 겨울등반때 구입한 빙벽용 장갑을 끼고 산행 한번 가보자. 30년 됐는데 아직도 따듯하고 좋다. 특수한 재질을 쓰것도 아닌 그저 그냥 두껍고 촘촘한 당시의 겨울 산행용 털실 장갑인데 아직도 손시렵지 않고 따뜻하다.

나도 이런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페인트 색이 좋은 집보다는 구조가 좋은 알찬 집이 되었으면 한다.
아직은 남은 시간이 있으니 감사하면서 기분 좋게 하루 하루를 꾸준히 가꾸어 내 몸 값좀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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