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방송된 러닝맨을(130회 환생편) 보고 나는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막내 수진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단순한 오락 프로일 뿐인데 그 안에 모든 인간 세상사가 다 함축되어있었다. 약육강식, 인과응보, 이이제이, 이합집산, 권모술수등과 전생을 거친 환생까지 고루 다루면서 전 후반의 연결고리를 기가막히게 만들어 추리소설의 묘미까지 담아낸 역작이었다. 남들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내겐 그런 작품을
만든 작가나 PD의 인문학적인 소양에 진심으로 놀라웠다.
어떻게 오락 프로를 이렇게 심오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것일 뿐인가?
정말 방송 영상 작품은 3차원적 공간감각과 4차원적인 엉뚱한(?) 끼가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방송국 PD응시에 과거 인기있던 방송학과 출신 보다 철학과가 더 선호되고 있나보다.
내용이야 1938년 일제시대 배경을 지나 2013년 지금으로 넘어오는 유치한 SF지만 그 과정에 있는 심오한 뜻이 참 재미있었다. 전생을 지나
환생이 되는데 실체가 바뀌고 과거의 기억이 현재 사건의 해결 실마리로 연결되며 이를 발견해 내는 상호간의 심리 과정과 그 단계마다
이루어지는 이합집산과 권모술수들... 정말 재미있는 세상사의 함축판이었다. 지금부터 2500년전에 만들어져서 BC 400년에 벌써 유럽에서 ‘Art of War' 라는 제목으로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손자병법>의 실체를 지금도 깊이 느끼게 되는 작품이었다.
( 1000년 된 나무다리 )
손자병법의 중심사상은 가능하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병법이라는 것이다. 즉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부전승(不戰勝)이지만
이것도 결국은 전쟁을 전재로 하고 있다.
전쟁이 없어도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굳이 전쟁을 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손자 병법은 제1계 만천과해(瞞天過海;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 에서 시작해서 제36계 주위상책(走爲上策;불리할 때는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다)으로 끝나는 36계적 모략으로 되어있다. 제36계 주위상책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상대가 강하면 정면도전을 피하라’는 뜻이다. 한신 장군이 무릎 꿇는 것도 이것과 연관된다.
그러기 위해 중요시되는 과정이 벌모伐謨(적의 의지를 꺾고), 벌교伐交(고립시키고), 벌병伐兵(직접부딪히라) 이 세가지다.
벌모(伐謨)란 상대의 생각을 제거하라. 즉 그런 생각은 감히 엄두를 못내게 하거나, 이미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계획을 포기하게 하라는 것이다. 5세기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이나 11세기 징키스칸이 점령후 두 번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잔인하게 모든것을 말살 시킨것이 이에 해당 되겠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에 대한 공포는 무의식중에 남아있다. ( 반달리즘 vandalism ; 약탈 행위)
벌교(伐交)는 상대를 지원할 수 있는 상대의 친구(동맹)을 먼저 제거하거나, 포섭하여 중립을 지키거나 내 편에 서게 하라는 것이다.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대군을 손권과 유비가 물리치고 대승을 거둔 것도 제갈량의 반간계에 조조가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의심은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여 미망 속을 헤매게 하고 적과 친구를 분간 못하게 하여 자신의 사업을 무너뜨린다. 군주를 폭군으로 만들며 남녀 간에는 질투심을 유발하고 지혜로운 자마저도 곤혹스럽게 한다. 의심은 양날의 검이며 남은 물론 자신까지 해칠 수 있으니 잘 다뤄야 한다. 즉 이간질로 夷夷制夷(이이제이)하는것이다.
벌병(伐兵)는 벌모, 벌교, 모두 수행했어도 할 수 없이 전쟁을 치러야 한다면 군사를 동원하여 상대의 군사를 무찌른다. 일단 시작되는 전쟁은 무조건 이겨야한다.
러닝맨의 김종국이 내복 바람으로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면서 위압감을 주는 것은 벌모에 해당되어 상대에게 감히 덤비지 못하는 공포감을
주는 것이고 이광수, 개리, 멍지효의 모사는 벌교에 해당되어 서로 이간질 시켜 상대를 약화 시키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포커 페이스의 고도의 표정 관리가 중요한데 보통 사람은 참 힘든 일이다.
마지막에 하하, 지석진. 김종국의 삼파전 장면에서 지석진이 갑자기 그동안 겁나서 덤빌 생각조차 못하던 김종국의 이름표를 떼어낸 장면은 벌병에 해당된다. 어짜피 닥친 전쟁에서 기습공격으로 이겨야한다. 김종국의 배려를 믿고 하하의 이름표를 김종국과 힘을 합쳐서 떼어 봤자 결국 다음 차례는 자신인 것을 알기에 승부수를 거는 것이다.
싸움이 시작 된다면 무조건 이겨야한다. 어짜피 모든 역사는 이기는 자의 기록이기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연예, 드라마, 영화, 뮤지컬등 모든 예술 프로그램들 정말 많이 진화했다. 연봉 50~100만원의 말도 안되는 형편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예술만을 위해 자신을 혹독하게 담금질해온 수많은 예술가들이 꾸준히 쌓아온 결과물이 현재에 세계적인 한류 열풍으로 나타나는 것이 라고 믿는다.
이 모든 것을 실현시키고 발전시키며 계승시키고 있는 모든 예술인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간 이식 수술후 부녀간의 배 문신 ; 간을 준 딸에게 아빠가 '고맙다.얘야' 그리고 딸의 배에는 '천만에요 아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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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들이 많아지면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 잦아진다. 흑과 백으로 편을 가르기 보다는 회색의 가치를 재발견하게된다. 인생의 목적은 절대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걸 닫게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너절하고 모양 빠지고, 그래서 비겁해지지만, 산다는 게 그런것이라는 걸 알아가는 게 또한 산다는 것이다.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 라는 핑계로...
( 마흔에 읽는는 손자병법 서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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