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이렇게 안정을 갈구하는데, 전체의 안정은 약해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생산적 경쟁 대신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제로섬 경쟁이 횡행하면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등 내부 에너지를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역사 속의 제국을 연구한 피터 터친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는 이 과정을
14세기 이슬람 역사학자 이븐 할둔이 말한 아사비야(asabiya)로 설명한다.
아사비야는
사회집단이 일치된 행동을 할 수 있는 결속력이라 할 수 있는데,
집단 내부의 안정화 성향이 강해질수록 아사비야는 약해진다. 그 결과,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말했듯
“대제국은 타살로 죽는 것이 아니라
자살로 죽는다.” 외부에 의해 무너진다 해도 이미 내부적으로 무너져 있기에 그렇게 된다.
동로마가 천년 왕국을 유지한 비결 역시 이 아사비야에 있었다.
식민지 출신을 차별하지 않는 등 불평등을 줄이려 노력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게 사라지자 로마 역시 사라졌다.
이런 일은 지금도 드물지 않다.
이제는 사라진 거대 기업들의 말기 특징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혁신적인 제품 개발 대신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높이는 일에
에너지를 쏟았다.
실패할 일은 남에게 전가하고,
특권을 추앙하며, 일보다 관계를 중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 등을 만드는 일을
우선했다. 걸림돌이 되는 이들을 배제하고
제거한 건 당연했고 말이다. 그렇게 안정을
열망했지만 결과는 소멸이었다.
서광원(인간자연생명력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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