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4일, 만 4세 남아 김군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편도절제술을 받았다. 소아 경우, 편도절제술은 전신 마취 하에 시행된다. 전신 마취는 기관삽관을 통해 이뤄지므로 수술해야 할 목구멍에는 기관삽관용 튜브가 들어가 있어 수술 시야를 가린다.
수술이 끝나면 마취 회복을 위해 기도에 삽관된 튜브를 제거하고, 회복실로 보내 마취를 깨기를 기다린다. 이렇게 회복실에서 마취를 깨기 위해 대기하던 김군은 수술 부위에서 출혈하기 시작했다. 기사에 따르면 ‘다시 마취한 후 출혈을 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출혈 부위를 잡지 못해 광범위하게 소작했다’고 되어 있다.
수술 2일 뒤인 10월 6일, 김군은 퇴원해 부산으로 돌아가 곧바로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 5일 후인 10월 9일. 김군은 재출혈을 시작했다. 기사에 따르면, 새벽 1시 45분이 객혈을 발견했고, 새벽 1시 51분 119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환자는 심정지 상태였다.
수술 5일 째이니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었을 테고, 음식물이 목구멍으로 들어가다 혈관을 다시 건드렸을 수 있다. 흔하지 않아도 이런 일은 생긴다. 이때 목구멍을 들여다보면 동맥에서 피가 퐁퐁 솟아오르는 게 보이기도 한다. 자고 있는 중에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 체 상당 기간 피를 삼키며 잠을 자다 발견하는 일도 있다.
김군은 객혈을 하고 출혈을 알았던 것 같다. 만일 저녁 식사 중에 음식물에 의해 출혈이 시작된 것이라면 깨어 있는 중에는 식도로 넘어갔고, 자던 중에 혈액이 기도로 넘어가 사래들린 듯 기침하다 객혈이 발견되었거나, 이미 기도로 넘어간 혈액이 기도를 막아 호흡부전으로 인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되었을 수도 있다.
김군이 다시 입원한 병원은 대학병원이나 이비인후과 당직의가 야간에 상주하는 병원은 아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그 병원 당직 의사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였는데, 진단검사의학과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과가 아니라, 혈액, 소변 등의 검체로 검사를 하고 이를 해석하는 의사이다.
어느 병원이나 입원환자가 있는 경우 당직 의사가 있어야 하는 것이 병원의 법적 의무이므로, 그 병원 의사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섰을 텐데 하필이면 그 날 ‘명목상’ 당직이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였고, 그는 부재 중이었고, 실제 당직은 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였다는 것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대개 응급실 전담의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데, 응급실 전담의가 다른 병원 야간 당직을 한 것이다. 돈을 받고 했던 아니면 대학 선배의 부탁으로 당직을 섰던 (타 병원 응급실 근무가 아니라면) 그게 불법은 아니다.
새벽 1시 45분에 객혈을 발견해 1시 51분 119구급대 도착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면 당직을 섰던 응급의학과 의사가 그 5~6 분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별로 없다. 콜 받고 당직실에서 병동으로 뛰어 올라가 축 처져 있는 아이를 보고, ‘모니터 가져오라, 혈압, 산소포화도 재라, 앰브 백 가져오고, 기관삽관 준비해랴!’고 한들, 모니터 가져오고, 산소포화도 재는 데만 족히 4~5 분 걸렸을 것이고, 아예 병동에 모니터가 없었을 가능성이 더 크고, 혈압, 산소포화도가 떨어졌다고 알았다 한들, 그 병원에 4세 소아 기관삽관을 위한 튜브나 후두경이 과연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아마도 기도 확보를 하지 못한 체 심장마사지를 하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119 도착 후 심정지가 확인되었고, 심폐소생술을 계속되었다. 119는 양산부산대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연락했다. 그곳이 환자를 수술한 병원이고, 권역응급의료센터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양부대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수용 불가를 선언했다. 이유는 다른 환자의 심폐소생술 때문이라고 알려졌는데, 검찰은 당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결국 김군은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회복하지 못한 체 연명 치료 중 2020년 3월 사망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지난 6월 28일 의사 5명을 기소했다. 그 의사는 편도절제술을 시행한 이비인후과 의사 39세 A, 객혈로 심정지한 병원의 당직의인 진단검사의학과 의사 56세 B, 대리 당직을 선 응급의학과 의사 46세 C, 수용 불가를 선언한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응급당직의 42세 D, 김군의 주치의였던 이비인후과 전공의 29세 E 등이다. 이 전공의는 다른 당직의사 아이디로 의무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 상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는다. 검찰은 이들을 형사 기소하고,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어찌되었든 수술 후, 그것도 편도절제술이라는 흔히 이뤄지는 수술 후 환자가 사망한 것은 안타까운 일임이 분명하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억울하고 통탄할 심정은 헤아릴 길이 없을 것이다.
누군가 사망했고, 게다가 피해자가 어린이기에 모두가 가슴 아프다. 그런데 이 사건이 의사 5명을 기소하고 면허를 정지시킬 일일까는 의문이다.
이비인후과 의사 A 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편도절제술은 이비인후과에서 가장 흔히 이뤄지는 수술이며, 이 수술의 가장 큰 문제는 통증과 출혈이다. 즉, 편도절제술 중 출혈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아니며, 오히려 수술 중 출혈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또 편도절제술에서는 지연설 출혈도 비교적 흔히 생긴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전기 소작기를 이용해 편도절제술을 할 경우 고열이 발생해 주위 조직이 손상되고, 회복 중에 조직이 녹으면서 혈관이 노출되어 지연성 출혈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열이 발생하지 않는 코블레이터(Coblator) 를 사용해 수술하기도 한다. 그러나, 코블레이터는 급여 항목이 아니므로 별도 비용이 필요해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김 군의 경우, 재출혈로 광범위한 소작을 했으므로 지연성 출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의사 A는 어떻게 했어야 할까? 재출혈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완전히 아물 때까지 퇴원을 미루는 것이다. 아이가 퇴원하기 전까지 이비인후과 당직의에게 재출혈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하고, 재출혈 했을 때 대처 방법을 시뮬레이션 해 두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왜 의사 A는 이틀만에 환자를 퇴원시켰을까?
**** 편도절제술은 포괄수가제로 묶여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포괄수가제에 해당하는 질병은 오래 입원할 수 없다. 그럴수록 병원은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술 후 곧 퇴원시키고, 통증 조절과 통증으로 인한 식이 장애를 위해 다른 병원에 입원하는 편법이 생기는 지도 모른다. 만일 이런 추정이 사실이라면, 이는 잘못된 수가 제도로 인한 희생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만일 포괄수가제로 인해 편도절제술 후 입원 2일째 퇴원시키고, 타 병원에서 경과 관찰하는 것이 관례로 굳혀져 있는 것이라면 이비인후과 의사 A 의 잘못은 그 관례를 따른 것이다.
**** 진단검사의학과 B는 어떨까? 비록 자신이 공식적 당직의였으나 적어도 2~30년 임상에서 손을 뗀 그가 야간에 응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할 방법은 없다.
그러니 자신을 대신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당직을 세웠는데, 그게 죄일까?
**** 응급의학과 의사 C 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야간 당직을 대신했을 뿐이며, 그 병원의 시설 장비가 4세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고, 발견 후 불과 수분 만에 심정지로 판명되었으니, 이미 콜을 받았을 때 심정지 상태였을 가능성도 크다.
그의 잘못은 남의 병원 당직을 선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그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 수용 불가를 선언한 소아응급 당직의 D는 어떨까? 119 구급대는 심정지 상태임을 밝혔을 것이다. 병원 밖에서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소생 가능성은 사실 매우 낮다. 게다가 심정지 사유가 편도 수술 부위 출혈이라면 이로 인한 기도 폐쇄의 가능성이 크다. 혈전이 기도를 막으면 심폐소생술로 되살리기 쉽지 않다. 어쨌든 편도절제술 후 출혈이고 수술 병원이므로 당직 이비인후과에 수용 여부를 문의했고 이비인후과가 수용 불가를 말했을 수도 있다. 이비인후과 전공의가 당직이었을텐데, 그가 뭘 할 수 있었을까?
임상과가 수용 불가하다고 하면 응급의학과에서 무턱대고 환자를 받을 수도 없다. 실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문제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전국 응급실의 공통된 문제이다.
게다가 의사 D가 이 환자를 수용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월등히 커 보이지도 않아 보인다.
물론 이들 의사들이 모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다. 의사 A가 사전에 출혈하지 않게 더 신중히 수술하고, 퇴원을 미루고, 보호자에게 더 확실하게 설명하였다면, 의사 B는 C에게 당직을 맡기고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면, 의사 C는 신과 같은 능력을 발휘해 기관 삽관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성공했다면, 의사 D 는 무작정 “일단 오세요!”라고 했다면 책임을 모면했을 것이다.
기사만으로 모든 상황을 알 수 없으므로, 위의 내용은 오직 추정일 뿐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추정대로라면, 이 사건은 제 2의 이대병원 신생아실 사건의 판박이라고 간주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법체계와 수사 당국의 고질적 태도 즉, 사망자가 생기면 반드시 기소하는 관행이 여지없이 반복 되었기 때문이다.
전기 소작을 해서 회복 중에 혈관이 노출되고 이로 인해 재출혈 가능성이 있다는 건, 이론적 이야기이고, 가능성을 말하는 것일 뿐, 혈관이 노출된다한들 다 출혈하는 것도 아니며, 지혈된 혈관 딱지가 아무 일 없이 그냥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걸 예상하고 대처하지 못해 형사 기소하는 건 가혹한 일이다.
의사 B,C 도 마찬가지이다.
“선생님 아이가 의식이 없어요. 심정지예요.” 하는데, “난 모르겠고, 119 불러 전원보내세요.” 라고 했을까?
상황이 어떻든 기소되었으니 이들 5인의 의사는 모두 형사 재판을 받아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지 못한 게 기소의 이유가 되어야 할까?
이들은 결국 지리한 법정 다툼을 이어가야 한다. 명백히 잘못을 했다면 응당한 책임과 처벌을 져야하지만, 보여주기식 기소가 또 반복되는 것이라면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일선 의사들의 사법체계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더 무서운 건, 이런 마구잡이 식 기소는 불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범법자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로 전염되는 것이다.
거기다 기름을 부어서는 안된다. 의사들의 불만과 공포는 검, 판사에 대한 린치가 아니라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페친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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