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유급, 내년 의대생 모집 불가능
정부, 증원 백지화하고 의료계와 대화를
의료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부터 막아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부총리,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뉴스1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으로 시작된 의료 대란이 의료 시스템 붕괴 수순으로 접어들어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대 증원 2,000명이란 무모한 정책을 밀고 나가서 이런 난리를 야기한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고,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대책을 내고 있으나 현실성 없는 허망한 것들이라서 듣기에도 민망하다. 이제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의료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의료계와 대화를 해야 할 것이다.
그 첫 단계로 정부는 의대 증원이 무리였음을 인정하고 이를 백지화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내년도 의대 입시가 불가능함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지난 1학기에 전국의 모든 의대생이 수업을 하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의대는 특성상 한 학기를 거르고 다음 학기를 공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2학기는 학사 진행 자체가 무의미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 내년에 졸업할 예정이던 의대생들은 의사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전 학년 의대생 유급은 불가피하고 또한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는 신입생을 받을 수도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의사를 늘리겠다고 저지른 증원 정책 때문에 내년에는 신규 의사도 전문의도 나오지 못하는 기가 막힌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웃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기존 정원 3,000명이 정상적으로 진급을 한다고 해도 별안간 정원이 늘어난 의대는 증가된 신입생을 받을 수가 없다는 현실이다. 벼락같이 정원이 늘어난 의대는 교육 공간 등 여건은 물론이고 교수진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몰지각한 조치에 환멸을 느낀 교수들이 대학을 떠나고 있어서 규모가 작은 몇몇 의대는 대학 자체가 붕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대를 교실과 마이크만 있으면 강의를 하는 고시학관으로 생각하지 않는 한 이런 황당한 증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교육부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내년에 의대 입시를 치르려고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함을 깨달아야 한다. 교육부 장관이 공부를 하지 않고도 진급을 시키고 졸업을 시킬 궁리를 하고 있는 현실은 한편의 비극적 코미디다. 교육부는 1969년도에 도쿄대가 입시를 하지 않았던 역사를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교육부가 도모하는 편법은 아카데미즘을 모욕하는 폭거라고밖에 달리 표현하기가 어렵다. 내년에 의대를 가고자 하는 현재의 고 3생 등 입시준비생에 대해선 정부가 진솔하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더라도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모두 복귀한다는 보장은 없다. 전공의들은 의사가 늘어나면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가 늘 것이라고 자신들을 '낙수(落水)'로 모욕한 정부 당국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이들은 의사를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힌 특권계층으로 보는 사회적 시각에 분노하고 절망해서 병원을 떠난 것이다. 이들을 다시 병원으로 불러들여서 의료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책임은 의대 교수들의 몫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절망해서 의대 교수들마저 대학과 병원을 떠난다면 한국 의료는 붕괴할 것이며 이는 전에 없던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제 선택은 정부의 몫이다. 잘못된 정책을 고집해서 의료 붕괴를 야기할 것인가, 아니면 잘못을 시인하고 사태를 수습해서 최악의 사태를 막을 것인지를 결정할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다. 내년 의대 입시는 어차피 불가능하기 때문에 증원 정책은 이미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더 큰 재앙을 피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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