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세상사다.
어쩜 이렇게 싸움질까지 뒤따라갈까?
GDP 올라갈수록 선호되는 직업이 달라지듯
인류의 역사흐름은 반복되나보다.
그러니 과거의 기록은 미래의 거울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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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사태 #69학번 #입시불실시 #의대 #의사법 #인턴문제
(칼럼 링크는 댓글에)
동경대에는 69학번이 없습니다. 왜 없을까요?
당시는 프랑스 5월 혁명, 프라하의 봄, 베트남 반전운동 등 동서를 막론하고 젊은이들 사이에 변화와 저항을 갈구하는 바람이 불던 시절입니다.
일본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동경대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학생운동으로 인해 대학들이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폭발의 도화선이 된 것이 바로 1967년의 의사법 개정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미 군정 당시 도입된 인턴 제도가 의사 수련의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문제가 많았습니다.
원래 취지와 달리 수련을 위한 교육 예산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다 보니 사실상 무급인턴이 판을 쳤고요, 80시간, 100시간 노동 등 장시간 노동이 다반사였습니다.
원래는 수련, 즉 교육을 받아야 하는 수련의들이 사실상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던 겁니다.
이는 메이지 이래 확립되어온 일본의 의료체계가 갖고 있는 심각한 제도적 맹점의 결과였습니다. 일본에선 의사의 양성과 병원의 운영은 원칙적으로 의사들, 민간이 책임집니다. 그런데 의료 행위의 분류와 행위별 진료 보수, 즉 의료 서비스의 가격은 사실상 국가가 정합니다.
이렇게 되니 그 중간에 붕 뜨는 텅빈 공간이 등장하죠. 바로 전문의를 만드는 수련 과정이 그것입니다.
미래 인력 양성은 누가 책임져야 되는지 알 수 없는 '허공'이 되어 버린 겁니다.
정부는 의사 교육에 돈을 쓸 생각이 없죠. 그건 민간이 알아서 할 일이니까요.
그런데 민간 의료계는 어떻게 해서 돈을 법니까? 의료행위를 통해서 벌죠.
그러면 '수련'은 의료 행위인가요? 아니면 교육인가요? 교육이라면 이에 대해서 그 재원은 누가 마련합니까?
이것이 일본이 자랑하는 일본형 의료 서비스 공급 체계의 맹점이었던 것이죠.
1967년의 의사법 개정은 이 맹점을 메꾸어 보겠다고 하면서 인턴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대신 인턴 기간 끝나기 전이라도 의대 졸업후 의사 면허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전에는 인턴을 거쳐야만 의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줬었죠.
그리고 사실상의 무급인턴 제도가 판을 치니까 인턴에게 보수를 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보수가 1만5천엔에서 2만5천엔입니다. 지난 50년간의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율이 대략 4.5배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1만5천엔은 지금 현재 가치로 따지면 대략 70만원 정도이고, 2만5천엔은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110만원 정도입니다.
이 정도 돈 줄테니까 원래 하던 일 그대로 하면서 기간은 두 배로 늘리자고 한 것이죠.
이에 대해서 의대생들은 물론 수련 과정에 있던 전공의들이 '개악'이라며 극력 반발하게 됩니다.
이것이 1968년 동경대 사태의 출발점입니다. 그 이후의 스토리는 제 칼럼을 읽어 보시죠.
이미 50년이 지났고, 일본은 이 맹점을 메꾸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건만, 일본의 제도를 그대로 베껴오다시피한 대한민국은 이제서야 그 맹점이 폭발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문제는 단지 의대 정원 증대에 대한 반발이 아닙니다. 우리 의료 체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와 맹점이 의대 정원 문제를 계기로 폭발한 것일 뿐입니다.
이번 칼럼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수련'이 아니라 '노동'을 강요당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미래에 대한 환상'이라는 어음으로만 지불받아야 했던 대한민국의 전공의들에게 드립니다.
이제 의료 체계의 어음은 부도 났습니다. 체제가 파산했으면 이제 근본적인 회생의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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