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에는 술에 대한 경계, 즉 주계(酒誡)가 실려 있다. 억(抑)이라는 시에서는 임금을 염두에 두고 술에 빠질 경우 자기 몸을 상하게 하고 나라를 망친다고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빈지초연(賓之初筵)만큼 절절한 주계(酒誡)를 담은 시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빈지초연이란 ‘손님이 처음으로 술자리에 나아왔을 때’라는 뜻이다.
모두 다섯 장(章)으로 된 이 시가는 사람이 술자리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마치 눈앞에서 보듯 그려내고 있다.
처음에는 화(和), 화락함에서 시작하니 분위기도 매우 좋다.
다음은 주인과 손님이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무르익어 간다.
이어 감(酣),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자 얼마 전까지 공손하던 손님이 이 자리 저 자리 옮겨다니며 촐싹거리기 시작한다.
“취하지 않았을 때는 몸가짐이 진중하더니만 이미 술에 취하자 경망스럽도다.”
이제 4장이다.
“그 손님 이미 취했으니/고함을 질렀다가 마구 지껄였다가/우리 술상 그릇들을 어지럽히고/자주 일어나 비틀비틀[僛僛] 춤을 추는구나!”
“취했으면 밖으로 나가기라도 해야/그 복 함께 받겠건만/취해놓고도 나가질 않으니/이를 일러 그 다움[德]을 해치는 것이라 했구나!”
“저 고주망태 꼴불견을/취하지 않은 사람들이 도리어 부끄러워하도다!”
그러면서 굳이 이런 사람은 따라가서 바로 잡아주려 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취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떠드는 자는/뿔 없는 양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장면을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문다혜씨가 얼마 전 새벽 CCTV를 통해 온몸으로 구현하는 바람에 전 국민이 시청했다. 음주 운전 도중 행인을 칠 뻔한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음주 운전은 실수 아닌 살인”이라고 초범도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시인 말대로 우리가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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