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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용 기록집

내실있는 삶

우리나라의 싱크대를 보면 꽤 좋은 메이커도 안쪽 가구를 MDF로 만든다. 가볍고 다루기 쉽고 자르고 구멍 뚫기도 쉽지만 약하다. 여러 해 쓰면 물을 먹어 부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위에 필름을 덮어 그럴싸하게 보이고, 문짝이나 상판은 좀 다르게 해서 비싸게 받는다. 상판을 스테인레스로 하면 그나마 싸고, 인조대리석이나 진짜 대리석으로 해 덮는데 그럼 고급스러워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그 아래 있는 가구는 MDF다.
이케아에서 싱크대를 하나 사와 조립해 봤는데 이케아에서 부엌가구 살 때는 먼저 상담원과 상담하라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 이케아만 이렇다. 그리고 전문 설치원이 따로 있다. 상담원이 "하실 줄 아시죠?"그러길래 "네"그랬더니 아무 말 없이
걍 보낸다. 아마 대부분은 상담 전에 설치원부터 알아볼 것이다.
이거 내장가구부터 솔찬히 무겁다. 나무지만 거의 쇠 무게가 나가는 단단한 압축 처리한 방수목. 엔간히 물 묻어야 까닥도 하지 않을 것 같다. 거기다 필름 두께도 장난이 아니다. 이거 구멍 뚫는데 드릴도 잘 안 먹는다.
상판은 나무다. 마찬가지 재질의 나무...물이 암만 튀어도 괜찮은 나무다. 싱크볼을 넣기 위해 네모로 안을 잘라내야 했는데...직소도 잘 안 먹는다. 수전 넣기 위해 구멍 뚫어야 했는데 이거 홀쏘도 잘 안 먹는다...
겉으로 보이는 데만 치중하는 우리나라 부엌가구....내구성과 기능에 충실한(그리고 디자인도 예쁜) 이케아 부엌가구. 이게 비단 부엌가구 뿐이랴....왠지 사람도 비슷한 것 같다.

 

-권복규 교수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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