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제가 이사갔을 시절의 여의도 시범아파트. 비행장이 있는곳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많이 들떴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일본에서 막 돌아왔을때라 더더욱 새로운 곳으로 이사간다는것에 신나있었지요. ( 불광동 놀이터에서 동생들와 일본말하면서 놀다가 예비군 아저씨들에게 엄청 욕먹은 이후라 더 기대가 컸었지요. 거기가 싫었거든요.)
시범 아파트 5동 113호에서 한국의 삶이 시작되었지요. 슈퍼도 있고 잘 정비되어있는 최신식 동네라지만 사실 일본에서 살던곳이 더 좋아서 별 감흥은 없었지요. 순전히 허허벌판 흙모래만 날리던 동네였으니까요. 그래도 집앞 놀이터가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이 되었었고 (일본 오사카에서는 얼음이 없는 겨울이었음 ) 일요일마다 태권도장 빌렸던 여의도 침례교회도 다니고. (놀이터 입구로 안다녔다고 귀싸대기 때리던 수위아저씨에게 놀랐던 국교3학년시절. 더한 장난으로도 손찌검 한번도 안당했던 일본에서의 개구장이 시절과 비교되어 대한민국의 학교나 사회에서 만연한 폭력성에 놀랐던 시절 )
시범상가의 에스컬레이터에서 장난치고 여름에는 상가앞 수영장에서 놀던 시절...
여의도 국민학교가 저렇게 생겼었구나. 그때는 집에서 한참 걸어갔던것 같은데... 몇년후 바로 옆에 중학교도 생겼지요...
졸업할 때는 운동장이 좁아서 대각선으로 100m 달리기 했었고 끝나는 저점의 가까운 벽에 매트리스 안전 펜스만드는 참 열악한 환경이었는데도 불편한것 없이 마냥 즐거웠던 유년 시절... 야구 축구 정말 징그럽게 많이 했다. 방학때는 아침에 나가서 저녁 먹을때 들어왔으니.. 점심을 어떻게 해결했었을까?
그립다.
등교하면서 여의도 반대편 끝에 국회의사당이 보이던 허허벌판의 시절이. 어머니 따라 노량진 수산시장을 한강 가로질러 걸어갔던 시절이. 윤중제 방공호에 들어가서 삐라 줏으면서 놀던 시절이. 해마다 아파트가 들어서는것을 보면서 성장하던 시절이. 사춘기의 아름다운 추억을 쌓던 애틋한 시절이.
그래서 요즘도 빌딩숲 여의도에 다리 건너 들어가면 마음이 참 평안해지는데 그런 나를 아내는 이해를 못하지요. 이런 정신없이 복잡한곳에서 어떻게 평안이란 말이 나오냐고요.
내 삶이 녹아있는 내 고향 여의도가 그립다.
주말에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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