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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낙서

빠가야로

우리나라의 다양한 욕설에 비해 일본은 참 욕이 빈약하다.

우리가 아는 <빠가야로>도 '말과 사슴을 구분 못하는 놈' 정도의 뜻이고

아니면 <쿠소> 도 '똥'을 뜻하지만 결국 '제기랄' 정도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수백가지 다양한 욕설에 비해서 왜이렇게 얌전할까? 아마도 우리는 말만 뻔질나게 해도 뒷탈이 없는데 일본은 사무라이 정신으로 함부로 말했다간 칼싸움으로 커져서 목숨을 잃기 쉬워 함부로 타인을 욕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싶다. ( 우리는 상대를 '죽이겠다' 는 장난 어린 표현까지 아가씨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세상이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趙高)는 황제의 칙서를 위조해 어린 호해(胡亥)를 황제로 옹립했다. 조고는 원로 중신들을 처치하고 최고 관직인 승상에 올라 조정을 한 손에 틀어쥐었다.

그가 어느 날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갖다 놓고 말이라고 우겼다. 조고를 두려워한 중신들은 사슴을 사슴이라 말하지 못했다. 더러 사실을 말하는 신하가 있었지만 나중에 모두 죽임을 당했다.

사슴(鹿)을 가리켜(指) 말(馬)이라 했다(爲)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故事)다. (2014년 교수들이 선택한 고사성어) 

이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항시 떠오르는 일본어 단어가 있다. ‘빠가야로’(馬鹿野郞, ばか やろう)다. 괄호 안의 한자에 말 ‘마’(馬) 자와 사슴 ‘록’(鹿) 자가 보이기 때문이다.

말과 사슴도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 녀석’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빠가’는 ‘바카’(ばか, 馬鹿)의 센 발음이고 ‘야로’(やろう, 野郞)는 녀석·자식·촌놈 등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바카’(馬鹿)가 정말 ‘지록위마’의 고사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부에서는 ‘바카’의 어원으로 산스크리트어(梵語)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