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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야기

삶을 대하는 자세(페친글 펌)

삶을 대하는 자세

60세 남자
8년전 직장암 간전이 진단.
당시 직장암도 수술하고 간전이도 수술해서 암은 완치가 되었는데
수술 후 감염과 당뇨 악화로 방광기능이 떨어지면서 요로감염이 반복되었고 이것 때문에 여러차례 중환자실 치료도 받고 arrest 도 났었다.
자가도뇨가 익숙지 않아
결국 그는 방광에 관을 꽂은 채 살고 있고
매달 병원에 와서 방광에 삽입된 관을 교체하고 있다.
중간중간 감염이 문제가 되어 입퇴원을 반복하고
Cr 은 2.0-2.5 에서 왔다갔다 eGFR은 30을 간신히 넘는 정도로 지내시던 중 3년전에 또 다시 간전이가 발생.
간절제술을 하고 항암치료 하기로 하였다.

항암치료 한번 했더니 바로 감염이 반복되고 왼쪽 요관과 신장에 염증이 발생, hydronephrosis 가 생겨 결국 관을 넣었다가 3개월에 한번씩 stent 를 교체하고 있다. 합병증 때문에 항암치료는 6번만 하고 중단하였다.
환자는 요루도 있고 요관도 있고
내분비내과 신경과 순환기내과 비뇨기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등등 그동안 우리병원의 모든 과 진료를 보았고 요즘도 정기적으로 6개 이상의 과를 방문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한번이라도 병원에 덜 오게 해드리고 싶었지만
과별 스케줄 맞추기 너무 어려웠다.

환자는 그 와중에도 자영업을 하고 계셔서 바쁘다.
외래 스케줄 잘 안 맞으면 서글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신다.
그때 오기 어려운데... 그래도 자기 스케줄을 맞춰달라고 떼쓰지 않는다. "네 제가 다시 한번 오죠 뭐..."

환자는 그제도 오고 어제도 오고 오늘도 와서 나를 만났다.
나: 암은 재발없이 잘 콘트롤되고 있어요. 축하.
환자: 감사합니다.
나: 근데 이과 저과 다니느라 스케줄이 잘 안 맞아서 힘드시겠어요. 근데 어쩜 이렇게 짜증도 안 내고 잘 견디시나요? 병원 오래 다니다 보면 지겨우실거 같아요.
환자: 맞아요. 너무 지겨워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최선을 다해야죠. 선생님들도 이렇게 열심히 봐주고 계시는데...
나: (헉!) 제가 *** 과랑 *** 과 선생님들께 날짜를 맞춰달라고 부탁을 드려볼께요. 피검사도 최소화하고요.
환자: 에이 소소한거 신경쓰면 큰거 놓쳐요. 저는 그냥 시키는대로 할게요. 하루이틀도 아니고 병원에 익숙해서 괜찮아요. 선생님보다 제가 병원 곳곳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걸요?
나: 긍정적인 마인드 죽여주시네요.
환자: 힘들어도 아무도 안 도와줘요. 제가 마음을 잘 먹어야 살죠. 무슨 일이 생겨도, 죽지 않으면 살아야 하는게 인생이죠.

긴 병에 통찰력이 생기신듯
아주 가끔 아저씨들도 감동멘트 날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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