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편한 이유는 내리막길이기 때문이다.'
'미나리'로 한국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은 평소에 '가장 연기가 잘 될 때는 돈이 없을 때다'라고 했다.
역시 인생에선 결핍(缺乏)이야말로 인간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특효약임에 틀림없다.
잔잔한 바다는 노련한 선원을 만들지 못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개신교에서 말하는 인생 최고의 역설, 즉 '연단(鍊鍛)이 축복이다' 라는 경지로 진입하게 된다.
무릇 결핍은 필요를 낳고, 필요는 창조를 낳는다.
인류의 위대한 작품이나 발명은 모두 외롭고 배고픈 삶에서 잉태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 연설 중 유명한 'Stay hungry' 가 전하는 진수(眞髓)가 바로 이것이다.
원래 헝그리 복서가 파이팅이 좋다는 것은 복싱의 바이블이다.
그것은 배를 곯는 게 아니라, 내면의 간절함에서 울리는 인생의 광채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는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의 가르침도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다.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겨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리라.
배고픔을 즐겨라(Stay hungry) ᆢ
지난 60-70년대, 홍수환의 주먹과 김일의 박치기에 전 국민이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 프로 권투나 레슬링 선수들은 찢어지게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한 방에 뒤집고자 온몸에 피멍이 들어도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갔다.
사실 흥분하는 우리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 세계 10위권에 올라선 신흥경제강국의 한국인들은
그러한 죽기살기식 운동보다는 골프, 승마, 요트에 빠져들고 있다.
한편, 일본은 완전히 망가진 패전의 상처를 딛고 한국전쟁특수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3위의 부자나라로 화려하게 사교무대로 컴백했다.
그러나, 어느덧 대부분 가정이 한 명의 자식밖에 낳지 않아 어릴 적부터 꼬마황제 대우를 받아온 부자 2세, 3세들은
그들의 아버지가 걸어갔던 고생길을 거부한다.
신형 스포츠카와 고급 크루즈를 즐기는 그들에게 제조왕국의 위상이나 경제항공모함의 항로 따윈 관심 밖이다.
그 결과가 - 비록 과거 이야기이긴 하지만 - 수년전 동계올림픽에선 '노 골드 20위'에 추락하는 수모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저서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 의원의 말처럼
동메달만 따도 흥분하는 한심한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헝그리 마인드가 사라진 결과, 바닥으로 추락하는 건 비단 스포츠뿐이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맹물 마시며 죽기살기식으로 살라는 건 절대 아니다.
사실, 이를 악물면 이가 깨지고, 주먹을 불끈 쥐면 남과 악수할 수 없다.
탈무드의 가르침을 보면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여라. 지혜가 그들에게서 나올 것이다' 라는 격언이 있다.
유태인의 성공 비결은 그들의 부족함(lack)을 최고의 선물로 삼아 유일한 자원인 두뇌 개발을 위한 교육에 집중한 데 있다.
부족함은 어떤 이에게는 실패의 핑계가 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성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족함 때문에 실패했다'라는 표현을 쓸 것인지, '부족함 때문에 성공했다'는 표현을 쓰게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
-어느 페친글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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