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무너져 내린다. 회복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런 소리를 하면 여기저기서 '무슨 개 짖는 소리를 하느냐? 오바마가 칭찬한 시스템인데?'라는 말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의료계의 원로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면 더 걱정스러운 소리를 한다. 의료시스템이 정상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붕괴되었다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실손보험과 원가 이하의 의료보험 수가가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문 케어도 한몫 거들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런 현상이 최근 5-6년에 급속히 진행되었고, 지속적으로 잘 못된 의료정책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흥분하며, 자신들이 겪은 최근의 의료행위에 대해 이야기하며 괘씸해 하기도 한다.
'수술 전 MRI 찍고, 수술 후 MRI 찍더니 3개월마다 추적 검사도 MRI를 찍어서 하길래, 그것을 뭐라고 했더니, 요즘은 이것이 정상적 진료다.'라며 자신을 동네 아저씨 취급하더라고 하며 '이것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의사가 없어졌어요.'라 한다.
다른 분이 이야기한다. 자기가 시장 근처에서 개원하고 있는 원장님과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데, 지나가는 가게의 주인들이 모두 아는 척을 해서 '원장님 이 동네에서 출마하셔야 하겠네요.'라 했더니 '시장 사람들 일을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50넘으면 팔다리 어깨 어디 안 아픈 데가 없지요. 저 사람들 대개 어깨나 무릎 수술하고 MRI로 추적 관찰하는 환자들'이라고 했단다. '그거 비싸서 어떻게 해?'라고 하니 '실손보험 있잖아요'라고 대답을 들어서 머리가 복잡했다고 한다.
보험 수가가 낮으니 의료가 딴 구멍을 찾아 들어간 것이다. 돈이 안되고, 위험 요인이 있거나, 환자가 불만을 많이 표할 의료행위는 하지 않고, 보험에 해당이 안되는 행위를 가급적 자주하는 것이 적자를 해결하는 방법인가 보다.
그런데 여기다 의사 수를 현재의 두배로 빠르게 늘리면,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가 늘어날까? 지금은 그래도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도 필수의료에 종사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천연기념울 모시듯 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근 5-6년 사이에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악화되었고, 소아과 오픈런 이야기도 나오고, 응급실 뺑뺑이 이야기도 나왔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의 의료 정책을 한 손에 주무르던 사람들이 있었다. 모 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의료계의 소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들의 주장을 따라 갔다. 그럼 우리는 지금 행복한 의료를 맛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5년 전에는 지금보다 의사 수가 만 오천 명이 적었다. 왜 그때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이런 일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에 의료보험이 시행된 후 한 번도 의료계가 어렵다고 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들 주장하지만, 지금은 매우 비정상적으로 이상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이다.
요즘 언론에서 의료 정책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 지난번 정권과 이번 정권이 죽도록 서로 혐오하는데, 어째서 의료 정책에 관해서는 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의 말을 크게 부각시키는가? 끼리끼리 배짱이 맞는 것이다. 실패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유지하거나, 잡기에는 욕도 안 먹고 확실한 방향이다. 의사는 소수이고, 국민은 다수다. 국민은 늘 옳고 의사는 늘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 의사들은 귀족 집단이고 잘 먹고 잘사는데 좀 깐다고 죽지 않는다. 이런 믿음이 우리 사회의 밑바닥을 흐르고 있다.
그런데 왜 자식은 초등학교부터 의대 진학반에 넣어 고생을 시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자식이 죽도록 미운가? 혼자 짐작해 볼 뿐이다.
- 정지태 교수님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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