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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낙서

일장춘몽

25년전 한시간의 색소폰 연습에서도 숨차질 않았는데
요즘은 폐활량이 정상의 75%.
소리가 안나고 어지럽기만.
화성을 배워 건반을 치려해도 손끝으로 전달이 안되고
머리에서 제자리 회전만 수차례.
간단한 악보인데 수십번 봐도 암기가 안되고
손가락 마디마디 삐꺽 거리는 느낌만 답답.
성대 탄력이 줄어드니 목도 쉽게 쉬어버리고
가사도 가물가물.
산속에서 별보며 참 많은 노래를 했었는데...
유튜브 보면서 그림으로 전향해도
생각만큼 뜻대로 안되네.
초등생그림인지 이집트 파라오시절 그림인지..
3차원 개념이 뇌속에서 소멸되어 사라진 듯.
이러다 시원한 겔러리에서 커피나 마실듯.
여행도 비행기가 버거워지고
타칭 정년없는 돈벌이도 구멍가게 되어가더니
세상은 각박해지면서 심장을 쑤시고
주변에 지인들도 점점 줄어들며
총알 귀가가 빈번해진다.
사소한 인연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남긴 인생 발자욱이 별것 없음에
조금은 허탈하네.
나름의 최선은 다했었는데...
그렇게 60이 다가온다.
이게 인생인가보다.
(갑자기 '공리'가 보고싶네)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먼저 떠난 너무나 좋은 사람들에게
운좋게 지금까지 남아있음을 미안해하며
오늘도 내자리에서
한계단 두계단 구멍난 양말발로
쑥스럽게 오르련다.
누가 뭐래도 내게 주어진 기회니까.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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