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우파를 자처하는 늙은 아재들이 자유주의 시장주의라며 의대 설립 자유화, 정원 자유화, 심지어 면허 자유화(면허 없애자!)까지 주장한다. 의사 집단이 뭐 길드? 자기 잇속만 챙기는 독점?
19세기 잭슨 민주주의 시대 미국이 딱 이랬다. 6개월만 학원 다니면 의사 노릇 할 수 있었다. 돈이 없던 의사들은 몇 명이 이런 학원을 차려 부수입을 올렸다. 막 서부 개척 중인 너른 땅에, 그래도 의사가 하나도 없기보다는 이런 의사라도 있는 것이 나았기에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독점! 이런 거에 미국인 모두가 앨러지 느끼던 시절이었다.
다 좋다. 그렇게 가도 상관은 없는데, 단 그렇다면 국가단일보험이든 요양기관강제지정제든 다 부숴야 맞다. 어떻게 그런 자유지상주의적 발상이 이런 강제와 양립할 수 있나? 그리고 의료비(Dr.'s fee를 뭐라 할지 참...의사에게 주는 돈? 의사 사례금? 의사 용역비? 용역비가 제일 좋겠네...)도 자유시장에 맡기자.
이러면 우리나라 최고의 이식 외과의는 한 건에 이십억원 정도 받고 일년에 서너 건만 수술해줘도 된다.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 최고의 연예인, 최고의 스포츠선수에게는 그 이상을 지불하면서? 뭐 그만큼 실력이 딸리는 의사들은 비딩을 해서 이천만원도,이백만원도, 이십만원도 받을 수 있는 거지. 저 주장을 하는 노인들은 과연 이런 세상을 원할까?
그들이 길드라고 욕하는 의사집단이 필요한 이유는 적어도 이런 일은 막았기 때문이다. 단 그들 집단의 수준을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 해 놓아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완전 자유방임 시장에 맡기면 최고 수준부터 바닥까지 매우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그것도 선택의 자유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정부가 공공의료 해서 전원 공무원으로 고용하자면 난 찬성이다. 단 그것도 OECD 수준에 맞춘 보수와 노동 강도, 휴가 및 연금이 주어진다면 말이다. 미국식으로 해도 찬성이다. 다양한 보험자가 존재하게 하여 의사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의사의 질 관리가 문제가 되니 늘리고 싶어도 쉽게 늘릴 수 없다.
조종사 평균 연봉 2억3천만원이다. 그들도 연봉 올려달라고 파업을 했다. 그러나 그들 수 늘리자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수가 늘어나면 경쟁을 통해 그들의 연봉도 내려갈 것 아닌가? 연봉이 내려가면 항공료도 내려갈 것 아닌가? 항공운항이 서민 교통수단이 된지 언제인데 그것도 좀 내리면 좋지 않은가? 안 된다고 한다. 양성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럼 의사 양성은 쌀 것 같은가? 제대로 된 의사 양성에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나 아는가? 대한민국 의사가 적어도 OECD수준의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교육비가 얼마인지는 아는가? 나는 솔직히 지금 40개 의과대학 중 몇몇은 여전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학생에게 얼마나 돈을 쓰고 있는지를, 어떤 교육환경에서 양성하는가를 솔직히 밝힐 필요가 있다. 늘리는 게 아니라 원칙에 따르자면 더 줄여야 할 판이다.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말이다. 이러한 후진 교육에도 큰 문제가 없는 의사가 배출되는 건 워낙 들어오는 자원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그럼 의대 등록금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믿을까? 맘대로 의대 세우고 등록금도 한 일억원씩 받아볼까? 미국이나 일본 모두 등록금이 이 정도여서 모두 융자 받고 의사 된 다음 허덕허덕대며 갚고 있다.
이런저런 수많은 이유로 의료에서 경제학은 실패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보건경제학이라는 게 따로 있는 거고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다. 어디서 개론 수준의 상식을 가지고 이 문제를 논하지 말라.
저 보수우파의 머릿속은 19세기 미국 서부시대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소위 진보좌파는? 영국이나 스웨덴 등등을 꿈꾸고 있을텐데 거긴 또 비용 대비 효율이 극히 떨어지고 계속 떨어지는 중이다. 이 지구 위에 이 정도 비용 쓰면서 이 정도 효율을 올리고 있는 의료가 어디 있나? 이제 한계에 도달해서 사방에서 삐걱거리고 경고음이 울려대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란 건 "사람을 더 갈아넣자"니...
아예 우파정권이라는데 한번 해 보자. 정원도 자유, 면허도 자유, 그러면 당연히 등록금도 자유, 의사 용역비도 자유롭게 해 주겠지? 보험수가니 뭐니 더 이상 신경 안 써도 되겠지?
어쩌면 다들 이렇게 무지하고 천박한가!
ㅡ페친 권교수님글 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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