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장면]
학원 셔틀을 타고 오는 중에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런데.. 엄마 바빠서 지금 못 가니까
일단 태권도 학원에 가 있으라고 했어요...
그리고.. 관장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몇 달 전,
다른 엄마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저녁 차리고 있는데, 불러도 안 와서 돌아봤더니
거실 가운데 애가 서서 멍하니 엄마.. 하길래
왜 빨리 안 오냐고 소리를 빽 질렀어요.
그런데 그 순간 아이가 선 채 그대로 옆으로 넘어졌어요...
-
그것이 아이가 들은 엄마의 마지막 목소리였다고,
그러므로 아이는 어떻게든 다시 눈을 뜨고
나와 못 한 이야기를 마저 해야 한다고,
내가 정말 하려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고
그녀들은 나를 붙잡고 온 몸으로 말한다.
어떤 날은 희망을 말하고
또 어떤 날은 침묵해야 하는 나는
이 순간이 또 그녀들에게 어떤 결정적 장면이 될지 몰라
말을 고르고 사진을 이해시키고 눈물을 숨긴다.
-
인생에는 마치 사진으로 찍어 박제한 듯한 장면들이 있다.
나에게도 그렇다.
나의 '결정적 장면'들에는
힘껏 온 몸으로 안아주는 위로가,
정수리 위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듯한 환희가,
무지개같은 기쁨이, 파도같은 성취가 마땅하며
내가 어떤 일을 겪건
그런 긍정의 이미지들만을 남겨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살아 왔는데
내내 1인칭으로서의 내가 주인공이다가
때로 남편으로, 아이들로 주인공이 바뀔 때를 돌아보니
그 장면들은 종종 내가 부러 상처를 입히거나
무심하여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한 후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지 말 걸,
한 번 더 참을 걸,
더 곱게 말할 수 있었는데.
내가 깊숙히 사랑하는 상대일수록 후회는 진하고
놓쳐버린 기회는 속수무책으로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나는 수치와 회한의 순간을 기억해야 하고
내가 사랑하는 자들에 대해 감히 오만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 순간에도 그들이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
기회는 영원히 다시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의 결정적 순간들을 무한히 모으고
고통을 기억하기로 한다.
매일 매일을 후회없이 살아내기 위하여,
우리에게 진정 결정적 순간은 부디 오지 않기를 바라며.
ㅡAllison Lee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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