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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낙서

한진 해운의 몰락 원인

대만 해운업체 애버그린이 작년에 대박을 터뜨려서 보너스로 4000%의 보너스를 줬단다. 사내 부부가 2억을 보너스로 받았다는 해외 기사가 떴다.  수에즈 운하에서 사고 나면서 고생좀 할 줄 알았는데 결국 대박이다. 우리나라 한진 해운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했다. 세계적인 기업 경쟁은 이렇게 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이좌우된다. 하물며 한 나라는 어떨까? 화려한 과거만을 되새기면서 가난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떨까? 과연 지금 40%의 골수 추종자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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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초중고 시절 사회 교과서에는 태극기를 게양한 컨테이너선 한 척이 푸른 바다를 가르는 사진 한 장이 으레 들어 있었다. 수출입국 표상과 같은 그 사진 속 컨테이너선에는 한진해운의 로고가 선명히 새겨져 있던 기억이 난다.

한진그룹 창업자 조중훈 회장은 1945년 트럭 한 대로 한진상사를 창업했다. 조 회장은 미8군에서 나오는 폐차들을 수리해 사업을 키웠고, 1956년 미8군과 군수물자 수송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약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1969년에는 고사 직전 국영 항공사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으며 1977년 한진해운을 설립해 마침내 ‘육해공’을 망라한 종합물류회사의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조 회장 죽음 이후 회사는 위기를 맞았다. 2002년 조 회장 사후 4형제가 4건의 법정 소송을 비롯해 오랜 기간 재산 다툼을 벌였다. 한진가 형제들의 다툼은 회사 간 거래 중단으로까지 치달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진해운의 경우 원래 셋째인 조수호 회장이 물려받았다. 그러나 2006년 조수호 회장 작고 이후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부실을 키웠다. 2014년에는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장 큰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물동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더불어 2000년부터 금융위기 직전까지 원자재 값이 폭등하면서 운임비 역시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 1000에서 2000선 사이에 움직이던 BDI(건화물선운임지수)가 2008년 5월에는 12000선에 육박했다.

운임 폭등에 맞춰 많은 글로벌 해운사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동시에 중국 업체들이 가세하면서 공급이 폭주했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값이 폭락하면서 수요가 대폭 감소하다 보니 초과공급이 극심해지면서 운임 가격이 폭락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의 경우 2010년 1367에서 5년여 만에 500대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업계는 최소 15%가량 초과공급 상태다. 실제 2008년에서 2013년 사이 물동량이 19.1% 증가할 동안 컨테이너 선복량(적재 능력)은 무려 42%나 늘었다. 결국 2013년부터 초과공급을 줄이기 위해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가 치킨게임을 주도해 운임 하락을 부채질했는데 그 첫 번째 탈락자가 한진해운이 됐다.

국내 해운업체들이 특히 취약한 이유는 용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모두 용선 비중이 각각 60%와 70%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보다 훨씬 높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대기업집단의 부채 감축을 추진하면서 산업 특성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적용한 데 그 원인이 있다. 부채 감축을 위해 해운업체들이 보유 선박을 넘기고 용선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운임이 60% 이상 폭락한 반면 용선료는 고작 20% 줄어들었으니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했다.

종합하면
한진해운의 몰락은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부채 감축 정책과
한진해운이 2008년 운임이 꼭지에 달했을 때 용선을 장기 계약으로 가져간 데 그 원인이 있다.
운임은 변동요금인데 용선료가 고정되면서 수입과 지출이 맞아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한마디로 위험관리의 실패가 패착이다.

마지막으로 한진그룹뿐 아니라 범한진가는 한진해운을 망망대해에 표류하게 둬선 안 된다. 선대 회장의 ‘수송보국’이란 유지를 받들어 ‘수출 한국’의 상징과 같았던 한진해운의 마지막 모습은 깨끗하게 정리해서 보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나 기업이나 마지막이 아름다워야 한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75호 (2016.09.21~09.2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