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그런거다.
의료인으로 여러 아픈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참 기구한 운명도 많이본다.
아무리 무던한 사람도 한숨 나올 가슴 미어지는 상황이 간혹은 있다. 그들은 전생에 무슨 일이있어서 그런 고통을 겪는지 안타깝기도 하다.
정말 부모의 사랑으로 주위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녀들을 보살피며 하루하루를 강하게 버텨가는 그들을 보면서 아픈 존경을 느끼게 된다.
그들이 견디면서 겪어온 수많은 과정속에서 깨부시고 나온 무수한 껍질들을 감히 누가 어떻게 이해한다고 할 수 있겠나.
그러면서 미안하게도 간접적인 다행함과 다소간의 잊혀젔던 나의 상대적 행복을 깨닫곤 하는 것이 결국 인간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남을 사랑하는것도 사랑하는 감정속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며 봉사의 화신역시 그 기쁨을 느끼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결코 고통 속에서 오로지 이타적인 사랑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한다.
최소한 신앙의 믿음으로 환희를 느끼는 과정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사람의 인생이다.
어짜피 나와 남은 전혀 다른 것이며 나 자신을 생각하는 이상으로 나를 생각해줄 사람은 절대 나 이외에는 없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분명히 자신은 사랑해야 한다. 왜냐하면 100% 그렇게 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듯이 남을 판단한다는 것은 상대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아야 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이기에 함부로 사용할 것이 못된다.
내 자신은 결코 온전한 상대방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디언 속담에 “남의 모카신을 신고 십리를 걸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에 대해 말하지 말라” 고 했다한다.
타인의 대지가 있어야 내 복이 싹튼다고도 했다.
그래서 나 아닌 타인이 (잘 알 수가 없어 사건만 만드는 골치 덩어리라도) 중요한 것이며 그래서 그들과 잘 섞여야한다.
많은 직업중에 사람 대하는 직업이 비록 피곤하고 짜증나지만 그만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아픈 사람만 대하는 의료인 생활의 가치를 요즘은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내게 주어진 삶을 보람을 위해서도 그렇게 믿어야 한다. 그런 기쁨을 깨우쳐주는 귀한 친구들도 가까이 있다.
행복은 먼 훗날에 이룰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이 순간을 아끼고 잘 보살펴 꽃피워보려한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오늘 코엑스 수족관에 정신 박약 장애인들과 같이 구경간것도 결국 나의 행복을 재확인 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속한 열린 의사회 소속 회원들과 함께 20여명의 장애인들을 각자 한명씩 동행해서 수족관 구경을 했다.
이들은 생전 처음으로 오는 곳이라 신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의 표현보다는 약간의 두려움과 해석이 불가능한 행동들 뿐이었다.
그래도 마음속 깊숙한 곳에 어떤 여운이 남길 바라면서 많은 자원 봉사자들과 약 2시간여의 짧은 동행을 했다.
내 파트너인 승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제자리에서 뛰기만 한다.
꼭 마사이족의 유전자 있는 것인양 고1 치고는 왜소한 체구로 별 구경도 없이 제자리에서 뛰기만 한다.
키까지 컸으면 천정에 수없이 부딪혔을 것이다. “즐거워서 그러는 거겠지요?” 하는 나의 은근한 기대에 담당 선생님은 항상 저렇다면서 찬물을 끼얹긴 했지만(^_^) 그래도 뭔가는 남을 것이라 믿는다.
명철이는 두 번째 만난 오늘도 정신없이 움직이고 영진이는 항상 심오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주시한다.
혜진이는 장애가 없는 듯 보이는 수준으로 이 단체에서는 리더 격이다.
( 일반 학교 보내서 교육시키는 것이 더 좋을 듯 한데 부모 여건상 어쩔 수 없다. 그게 인생이지.)
한동안 이곳 열린 의사회 단체에서 의사로서 봉사하다가 무의촌이 없어진지 오래인 요즘은 의사라도 오히려 이런 노력 봉사가 더 가치가 있다고 믿고 간혹 노력 봉사를 하고있다. 나는 비록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계속 지속적으로 참가해서 봉사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보면서 많은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그런 이들이 더욱 사회의 중추가 되는 날이 한발짝씩 다가오는만큼 이 세상이 그 이상으로 아름다워 질것이라 믿는다.
온 세상을 가죽으로 덮지 못한다면 내 발에 부드러운 가죽으로 씌우면 되는 것이다.
세상은 불완전하고 인간 역시 불완전 하기에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모든면에 완벽한 인간은 불완전한 세상에 대한 분노로 화병생겨서 요절할 것이다.
나의 잘못과 불완전함을 깊이 느끼고 상대를 대하며 불완전한 인간을 보면서 마음의 안식을 얻고 싶고
또한 귀한 이들에게는 사랑을 주고 싶다.
내게도 얼마든지 가능한 불행을 마음으로 준비하고 행위로 자신의 허물을 조금씩 닦아내면서 계속 행복을 위해 살고 싶다.
모든 사람은 다 불완전하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고 또한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보통 사람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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