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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용 기록집

100%인상? 2만원이 4만원?딸랑?

응급의학과 22년차 선생님 페북 글 공유 안되어 복사해 옴.. 최욱진 선생님 글

(열라 화 나네.... 기자가 신문에 내야 하는 글이네..맨날 김윤 글이나 싣으면 되것니. 기자들아)

다른 분의 포스팅만 주로 공유했었고 거의 글는 쓰지 않는데 오늘 새벽에 당직 서면서 느낀 바가 많아 몇 자 적습니다. 최근 전공의 수련의 사직 등으로 응급센터에는 전문의 1.5명으로 모든 것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8시부터 교대로 들어와서 이전에 다른 선생님이 본 환자를 인계받고 보니 호흡이 약간 불편한데 때로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마음이 걸립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이미 4-5명. 새로 들어오는 환자들도 많이 기다렸고 기존환자들은 그래도 초진은 봤으니까 하는 생각에 신환에 집중해야 하고 싶은데 간호사에게 자꾸 불평을 합니다.

서비스가 안 좋고. 비싸고. 왜 이리 기다리고...
응꽈국룰은 중환자들은 말이 없다지만 자꾸 의료진들을 귀찮게 하는 모습에 새로 본다고 생각하고 말을 들어봤습니다.

자기는 호흡하기가 불편한데 해결을 왜 바로바로 안 되냐는 것이 불만입니다.

이미 이전에 보신 선생님이 여러 혈액검사를 내었고 x-ray도 심전도도 정상소견입니다. 여느때라면 증상이 비특이적이라면 퇴원입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bedside echo초음파를 봤습니다. 미심쩍은 하행대동맥에 뭔가 미심쩍은 구조물이 보여 바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응급CT실로 들고 뛰었습니다.

의료소송의 단골메뉴 대동맥박리로 진단이 나와 흉부외과에 연락하여 바로 입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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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이 교차되고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응급으로 시행한 초음파 수가는 고작 19,420원입니다. 그나마 우리병원이 상급종합에 권역응급의료센터라 이정도라도 받는 거고 기관급이나 종합병원은 그보다 더 적게 받겠죠.

이 검사를 해서 회피할 수 있는 위험은 최소 7~10억 정도 될겁니다.

그럴리야 없겠으나 진료를 못 본 접수환자도 많고 이전에 인계받은 환자가 검사결과에 이상점도 없고 환자도 계속 불평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면 전 그냥 퇴원시키고 신환을 계속 봤을겁니다.

그랬다면 내일이나 모레쯤에 조중동 일간지에 1면에 나왔을겁니다. 이번 전공의사직여파로 응급실에서 멀쩡히걸어서 들어간 사람이 식물인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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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행동으로 진단할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이 나라 수가는 사람의 목숨이 왔다리 갔다리 할 수 있는 것애 관련된 검사 처치 등에 아주 가격을 형편없이 책정했고 이는 모 식당의 정식가격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입니다.

가격이 싸다고 꼼꼼히 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책임을 요구하고 최소한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함에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나요?

우스갯소리로 사람 목숨값이 개값보다 더 싸단 이야기가 있는게 거짓이 아닙니다.

어제 이 케이스를 비롯하여 뇌출혈. 당뇨병성케톤혼수. 경련환자. 패혈성쇽 등등 여러환자들의 진단을 하고 입원시켰는데 과연 여기서 하나라도 실수를 하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이 앞섭니다.

응꽈 22년차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하물며 지망하거나 전공의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요? 최소한 국가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의 여건은 마련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정부에선 다급한 나머지 어제 중대본 브리핑에서 한시적으로 응급의학과등 주요 필수의료과에 관련된 수가를 100%인상한다고 합니다..그러면 이제 밤사이에 제가 본 응급심장초음파 검사가격은 인상이 될 경우 3.8만원이 되겠네요.

올려주고 고려한 것에는 이전보다 많이 전향적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제발 이따위 것으로 생색은 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00원에서 100% 인상해본들 200원 아닌가요?

많은 생각이 나는 주말입니다.

#하지마라 #필수바이탈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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