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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거리감의 미학


사람이든 사물이든 또는 풍경이든 바라보는 기쁨이 따라야한다.

너무 가까이도 아니고 너무 멀리도 아닌 알맞은 거리에서 바라보는

은은한 기쁨이 따라야 한다. ( 법정)


2년전 뉴욕 멘허튼에서 6일간 병원 연수할 기회가 있어 42번가 10Ave의 콘도에서 꿈같은 한달을 보냈다.
미국 최고의 병원에서 수많은 수술을 보면서 우리나라 의사들의 자랑스런 수술 실력을 재 확인 할 수 있으면서도 그들의 삶 또한
같이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남들처럼 수술 가운 입고 외출해서 밥 사먹기도 하고 뉴욕 베이글로 커피마시면서
브로드웨이의 공연을 기다리며 화려한 야경속에 수시로 파묻혔다.
나의 숙소는 강이 내려다 보이는 40층 위치로 매일밤 퇴근하고 보는 멘허튼의 야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 유명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의 야경을 매일 보면서 맥주 한잔씩 했다.
멀리 보이는 뉴저지와 바로앞에 펼쳐 보이는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불빛은 고층 빌딩에서 반사되는 찬란한 문명의 빛과 함께
영화의 한 장면인데 이것을 매일밤 보고 있자니 설레여 잠도 오질 않고 그저 황송할 뿐이었다.
옥상에선 젊은 남녀들이 사랑을 속삭이면서 영어로 대화를 한다.
꼭 영화 속 한장면에 내가 들어가버린듯한 일상들의 연속이었다.

운 좋게 7월 4일 독립 기념일이 내가 그 숙소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 기대찬 마음으로 멀리 사는 동생 가족까지
불러서 하이라이트인 야경 불꽃 축제를 보았다.
허드슨 강을 따라 3곳에서 이루어지는데 내가 있는 곳은 다 한 꺼번에 볼 수 있를 기가막힌 곳이었다.
수많이 인파들이 몰려오면서 이높은 곳에서 편하게 보도록 해주는 큰아버지인 내가 조카들에게 뿌듯했다.
드디어 저녁 8시에 시작.
사방의 관중들 환호성이 빌딩 벽을 타고 올라오고 수많은 불꽃들은 편하게 앉아있는 소파위의 우리들 얼굴로 퍼져온다.

그런데 막상 시작되어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저 멀이 보이는 터지는 불촛의 광경 일뿐 전혀 화사함이 없다.
불꽃 터지면서 울려퍼지는 굉음도 없고 눈 부심도 없다.
그저 멀리서 조용히 들리면서 불꽃의 전체 모양을 보는 수준이었다. 관중의 요란한 환호성도 아련히 들리고
그저 멀리서 화면속에서 일어나는 음향시절 저급한 B급 영화의 한 장면일 뿐이었다.
그것도 집중할 수 없도록 3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이 터지고 있다.

무엇이든지 적당한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는 명언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오히려 한곳에만 있었으면 그 큰 폭약 소리와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으면서 같이 동화 되었을것을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니 죽도밥도 아닌 꼴이 되었다.
모든 일들에는 그에 상응하는 거리감이 있는 법이다.
괜히 동네 불꽃 축제를 보면 될 것을 좋은 장소 있다고 멀리 오라해서 조카들 고생시킨 큰아빠가 되어버렸다.

전철역으로 돌아가는 동생 가족들은 수많은 인파속에서 서로 부퉁켜 안고 힘겹게 간다.
2시간은 걸려야 집에 도착 할 것 같은데 괜히 미안해지는 하루다.

모든 일에 적당한 거리가 항상 중요하다 싶다.

                                                                                 < 여배우와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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