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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고교졸업 30주년

고교졸업이 벌써 30년이다.

 

올해 초부터 서서히 고등학교 졸업 30주년 행사의 스트레스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과거 신나게 잘 모이면서 20주년을 성대하게 마친 우리 동기들이 그 이후 10년간 조금씩 소원해지더니 최근에는 거의 모임이 없이

조용히 각자의 삶속에서 파묻혀 있었다.  활성화 되던 인터넷 홈페이지도 흐지부지 사라지고 다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생각으로

조용히 살고 있었다. 그런 사이 동기들이 11명이나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우리 직속 선배인 7회는 성대하게 치뤄서 모교에 기부도 많이 하고 남은 기금도 넉넉해서 동문회가 활성화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어찌해야하나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8회 동기들 중에서 능력과 인간성을 겸비한 김진영이 추진 위원장겸 회장을 맡으면서

조금씩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진 위원들 모임을 갖을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남자들보다 여자 동창들이 더 적극적으로 많이 모였다. 역시 리더는 인기가 있어야한다 싶었다. ^_^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추진하는 여동들을 곁에서 보면서 우먼파워를 실감했다. 남동들은 편한 마음으로 그냥 따라가면서

짐만 들어줬다. 자녀들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도 사회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여성은 위대하다.

착실한 아내로서, 자녀들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 하고나서 자녀들 대학입학 후 뒤늦게 사회에 진출하여 두각을 나타내는 뛰어난 여성들이 있다. ‘어떻게 저렇게 자신의 위치마다 최고를 누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존경심마져 든다.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들에게 최고다’ 라는 말은 정말 우리 남자들에게는 더 없이 감사한 진리다. 아마 그 진원지는 JQ (잔머리능력) 높은 어떤 남자가 아닐까 싶다.


                                                          (  동기들의 사진으로 만든 친구 이보아 교수의 작품 )


하여간 수개월의 이런 저런 준비 끝에 드디어 10월 26일에 ‘여의도 고교 8회 졸업 30주년’ 을 성대하게 무사히 잘 마쳤다.

바쁜 와중에도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신 은사님들과 여러 귀빈들 그리고 동창들에게 감사한다. 특히 거의 90에 가까우신 연세에도

정정하시게 직접 행사 장소로 찾아오신 김재규 교장선생님의 유머스런 축사에서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을 배웠다. 과거에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셔서 우리를 놀래켜 주셨던 그 분이 이제는 눈앞의 축사도 읽으면 바로 잊는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는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애잔함을 느끼게 되었다.

비록 이름이 바로 생각이 나지는 않았지만 만나는 얼굴마다 30년전의 학창 시절을 떠 올릴 수 있는 추억의 공감대를 같이 공유하는

반가운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행복했다.

여동들 역시 자기 관리를 잘해서인지 제 나이로 보이지 않는 미모였다. (물론 일부지만^-^) 남동들 역시 중후한 매력을 풍기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얼굴들이 내게는 초등학교때까지 연결되니 더더욱 반가왔다. 아마 지금이 우리 인생의 최고 정점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아름답게 늙어갈 때다. 꽃잎도 시들어가면서 때가 되면 떨어져 거름이 되어야한다. 무궁화나 동백꽃처럼 너무 버티지 말고

벚꽃 처럼 시작과 끝을 확실하게 살아야겠다.

눈빛에서 온화함을 보일때지 굶주린 사자의 독기를 보일때는 아니다 싶다. 타인의 실수보다 내 실수를 생각하고 비교의 열등감에서 벗어나

상대적 불행보다는 과분한 행복을 찾아 만끽 할 수 있는 지혜를 키워야할때다.

가능한 베풀도록 노력하면서 살자. 실아오면서 지금까지 못 잡은 것은 거의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하자.
동문회에 참석한 친구들이 다들 어느정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이들이니 그렇겠지만 다들 참 잘 늙어가는것 같았다. 나도 그런 느낌을 풍기길 바란다. 무엇보다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을 살았다는 것에 더 가치를 둔다. 보통 사기는 평소 아주 가깝다는 사람들에게 당하는 것이니 말이다. (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그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하여간 앞으로도 조심하자. 누구나 그렇게 추락할 수 있는 법이니까.


                                                       ( 고교 3학년 2반 담임 선생님과 반 동기들과 함께.

                                                            타임켑슐에 넣은 우리집 작품들 )


누가 그랬던가 중년의 행복은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무욕(無慾)의 상태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이미 세상 떠난 친구 11명의 넋을 기리면서 살아있는 사람으로서의 공기처럼 부담없이 다가오는 수많은 행복을 가벼히 여기지 말아야겠다.

이번에 못 온 친구들도 다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10년후 졸업 40주년에 만나기 바란다.
진행을 위한 모든 소품을 직접 준비한 현미. 여의도 총동창회를 좌지우지한 난희 언제나 슈퍼맨처럼 필요시 나타나는 탁무,

프로답게 사회를 본 자영 그리고 각자의 재능기부를 한 여러 친구들 (재희,은희,민환,광원,진홍,호정,환재,상우,택준,경희 등등) 다들 수고 많았다. 특히 이 모든 것을 총괄한 진영이와 보아의(그리고 보아의 조교들^_^)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너희들 다 복 많이 받을거야.

PS)
이번에 타임켚슐 홀리커라는 별명이 붙은 나로서 내가 너무 기록에 연연하지 않나 다시금 생각해보지만

그래도 난 이런 사소한 이벤트가 좋다. 내 추억의 오래된기록이 좋다.
우리 800여명 동기들 중에 오직 나만 준비했지만 그래도 기쁘게 소품을 넣었다. ㅠㅠ
10년후에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신가한 마음으로 열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땐 내가 환갑이자 할아버지가 되어있을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그때 증손주들과 같이 즐겁게 보시길 간절히 바란다.

그레첸의 행복 12계명
1. 나 다워지기
2. 연연하지 않기
3. 느낀대로 행동하기
4. 미루지 말고 실행에 옮기기
5. 겸손하고 공평해지기
6. 과정을 즐기기
7. 소비하기
8.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하기
9. 가벼워지기
10.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면 피하지 말기
11. 계산하지 않기
12. 열심히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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