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비난하는 당신들 같으면 하겠냐는 거다.
오래 전의 일이기는 하다.
88올림픽 전 20세기의 일이니 지금 세대는 이해 못할 수도 있다.
어쨌든 그때는 소위 필수의료라고하는 내외산소 낙수과가 그래도 인기과였다.
그때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산부인과 원장 혼자 운영하는 산부인과가 전국 각지에 있었고 한 밤중에 산모가 병원문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거나 셧터를 두드리면 병원건물에 함께 있는 살림집에서 자던 원장이 눈 비비고 일어나 환자를 받고 분만을 했다.
전국에 있는 입원실을 갖춘 1인 외과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밤길을 가다 넘어져 이마가 찢어지거나 술먹고 싸움질하다 어디 찢어지고 부러진 환자들을 보기 위해 24시간 운영체제였다.
그래서 당시에는 경찰서 주변이 외과의원 입지로는 최적이었다. 쌈박질하다 피 철철 흘리며 쌍방이 멱살잡고 경찰서에 가면 당직경찰이 일단 근처 외과로 보내 치료부터 받게하기 때문이다.
집단 패싸움이 벌어져 한 열명 쯤 몰려오면 원장님 입장에선 그날은 대박이다. 멱살잡고 싸우던 양측이 동일 외과에서 응급진료 받고 같은 병실에 입원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
그땐 그게 가능했다.
위에 언급한 입원실을 갖추고 하루 24시간 운영하는 의원을 운영하기 위해선 원장은 물론이고 야간근무를 마다않는 간호인력과 방사선사 등의 진료보조 인력이 필수다.
지금은 아니 이미 오래전 부터 병원 근무자만이 아니라 모든 근로자가 야간 근무를 꺼리지만 최소한 1980년대 까지는 입원실있는 의원이 간호인력들이 원하는 직장이었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의 입원실이 있는 의원은 소위 시골출신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이 선호하는 직장이었다.
당시 입원실을 갖춘 의원급 의료기관은 원장의 가족이 사는 살림집은 물론이고 시골에서 올라온 간호인력이 먹고 자는 기숙사가 한 건물내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1층은 외래 진료를 위한 공간과 야간응급실 역할을 하고 2층에는 각종 검사실과 수술실 3,4층은 입원실과 직원 기숙사 및 식당 그리고 5층은 원장 가족의 살림집 대충 이런 구조였다.
지금이야 병의원 근무가 아니더라도 고향 떠난 젊은이들이 편하게 일할 자리가 넘치지만 그때만 해도 먹여주고 재워주며 월급 따박 따박 주는 직장은 그리 흔치 않았으며 병원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은 덤이었다.
야간분만의 상당부분과 경상 내지는 전신마취를 요하는 외과계 응급환자를 제외한 응급환자는 전국에 깔린 1인 산부인과와 외과의원에서 처리가 되었다는 거다.
믿고 찾아주는 지역 주민과 환자들의 존경도 받아 나름 지역 유지로서의 보람도 자부심도 있었으며
개인시간이란 건 없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몸 갈아넣으며 힘들게 일한 만큼 금전적인 보상이 확실했기 때문에 그땐 그렇게 했다는 거다.
그렇게 한 2,30년 열심히 일하면 자식 공부 다 시키고 시집장가 보내고 노후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는 거다.
그래서 외과 산부인과는 수련과정이 고되도 인기과였으며 지금같은 사태는 없었다는 거다.
외래만 보는 의원인데도 월급 받은 다음날 새벽에 문자나 카톡으로 사직서를 보내는 세대에게 야간 근무라는 건 가당치도 않다.
수술실에 CCTV를 달아 의사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야만 하겠다는 의사 불신시대에 몸 갈아 넣어 뭐 빠지게 일해도 운 좋으면 법정에는 안가지만 돈도 안되는 외과 산부인과에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으며 이미 전문의가 된 그들이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워라벨이 가능한 피부비만미용외과로 전과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거다.
사설이 길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
대학교수로 정년 후 집에 돈이 많아 연금만으로 노후 생활이 가능한 소수를 제외한 모든 의사의 종착역은 개업이다.
전문의가 형사처벌과 어마무시한 배상액에 대한 두려움 없이 본인 고유 전문과목 표방해 개원하여 먹고 살며 노후자금 마련할 수 있게해 주어야 그 전문과에 수련의가 몰리며 지방 병원에도 그과 전문의가 취직하며 그래야 필수의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의료가 산다는 거다.
수련의 3,4년 동안 월 100만원씩 더 준다고 정년이 보장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계약기간에 월 몇백 더 준다고 개업하는 순간 전문과목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필수의료는 장담컨데 폭망이라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입학정원 늘려서 필수의료 살리자는 넘들은 대도시 번화가 공실 많은 건물주거나 임대업자에게 로비받은 넘이거나 그도 아니면 임상의사에게 열등감 느끼는 성격파탄자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는 거다.
이제 묻는다.
언제 법정에 설지 모를 두려움 속에서 몸갈아 넣어 힘들게 일해봐야 돈도 안되서 힘들게 수련한 전문과목 포기하고 워라벨이 가능한 진료 하겠다는 의사를
비난하는 당신들은 집떠나 가족과 헤어져 농어촌에 가서 ㅈ빠지게 일해봐야 돈도 안되는 반면 서울 등 대도시에는 펜대 굴리며 워라벨이 가능한 직장이 넘쳐나는데 농어촌에 가겠냐는 거다.
지성은 바라지도 않는다.
양심이라는 게 있으면 질문에 답하라는 거다.
낙수과(외과)전문의
미래의료포럼 대표 주수호
202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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