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의 기원은 젊은 청년들의 결혼을 군대모집을 위해 금지 한 로마황제에 반대해
결혼식을 올려주다 순교한 성 발렌타인(St. Valentine) 신부의 이야기이다.
사랑의 이면에는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신부의 희생과 고통도 함께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어느 시대나 제도와 사회에
억눌려 소외 받고 상처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하나의 기념일로 일반적인 국가 공휴일보다도 이상적인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세속적인 상술에 주객이 전도된 경향이 있지만 그것 역시 시대의 흐름이다. 그 분위기 속에서 어느정도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상대를 지극히 오해한 것일 뿐이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너무 주관적으로 상대를 해석하면 역효과가 나는 법이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고 하지만 사람은 초심을 잃게 되어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편집증에 가까울 수 있다.
입사 초기의 정열로 계속 살다 보면 자신의 건강에 소홀하고 가정에서 가꿀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가꾸지 못할 수 있다.
처음 흰 가운을 입고 의사로서 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숭고함을 계속 갖고 살아간다면 수많은 생과 사의 기억 속에서
정신 이상자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살고 죽는곳에는 절대 정의나 진리는 없고 다만 운명만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환자가 와서 큰 대학병원에 진찰 받겠으니 진료 의뢰서 써달라고 다짜고짜 말하는 환자들의 요구를 그냥 들어준다.
과거 같으면 별것 아니니 내게 치료 받아보라 하면서 내 자존심도 세워 보지만 그들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젠 잘 안다.
( 나중에 내 병원 기록을 보고 잘 다녀왔냐 물어보면 그중 상당수는 예약해 놓고도 바빠서 안갔다한다.)
미국에서는 담당 가정의가 허락 안하면 전문의에게 예약도 못하는데 우리나라같으면 그 욱하는 성질에 금방 폭동이 일어날 거다.
(LA 제수씨는 감기로 예약 잡으니 2주일 후에 오란다. 그래서 2주일 후에 가서 감기가 낫다는 것을 확인 받았다 한다. 참신기하다.)
수정같이 맑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묻어나는 지저분해 보이는 먼지들 속에도 수 많은 배움이 있다. 그 전체를 봐야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일 것이다.
영원하다는 다이아 반지도 선물 포장 뜯는 순간부터 새것이 아니듯이 인간의 초심은 잠시일 뿐이다.
그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도 기억으로만 남기는것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니 초심이 흐려진다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무상(無常)이다 ( 세상에 변하지 않는것은 없다.)
첫사랑도, 정열도, 성실함, 건강도 다 변하는 것이다. 다만 이 순간 순간을 살아가면서 진실된 마음으로 스쳐가는 시간의 화살들을
열심히 잡아야한다.
눈앞의 사다리를 착실히 건너가는 성실함으로 사는 것이 거듭되는 초심(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중요한) 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발렌타인데이다.
많은 청춘들의 사랑이 오고가는 행복한 날이다. 수많은 오해들도 함께 싹트고 지는 날이다.
덧없는 지식을 검색만 하지 말고 참다운 사랑을 사색하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배는 부른데 등이 시려워서 원초적인 자극에 취한 불쌍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오늘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위해 오늘도 내 자리를 조용히 지키며 인생 계급장 값좀 하려한다.
2012.2.14
( 수재 발렌타인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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