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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번지 점프 (bungy jump)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번지 점프다. 문명의 이기를 배제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자극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것이 말 그대로

그냥 떨어지는 낙하 행위가 아닌가 싶다.  같이 번지점프한 분들중에 sky diving을 이미 하신분들 있었는데 고공에서의 낙하하는 느낌이 전혀 없이 오직떠있는듯한 느낌만 있다고 하면서 오히려 번지점프가 더 무서웠다 한다.왠지 모르게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 마음을 다 비우고)

떨어지는 몸과 마음의 해탈 상태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허공을 가르면서 직하강 하는 느낌을 제 정신일때 느끼고 싶었다.

 

 

이번 뉴질랜드 여행에서 다행히 그럴 기회가 있었다. 같은 팀원들의 양보로 시간내어 기다려주시고 나도 망설임없이 자원하여 절차를 밟았다. 국적과 이름과 나이 그리고 다쳐도 된다는 각서를 쓰고 체중을 재고 대기했다. 세계 최초로 건설된 레져용 번지점프장인 퀸스타운 (Queestown ; ‘너무 아름다워 여왕님이 사실만한 마을‘이란 뜻)에 설치된 카와라우 강 중간의 다리는 너무나 아름다왔다.

에머랄드 강물빛과 따스한 햇살 아래 파란 하늘을 가로 질러 위용을 자랑하는 빨강색 철제 다리는 멋진 풍경화 자체였다.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와서 동료들의 번지점프를 보며 여러나라 언어로 응원한다. 번지 참가자들은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듣던대로

상당 수가 여성분들이다. 과거 통계를 보면 번지 시도자들의 2/3가 여성이고 최고령자는 93세 여성이라한다. 확실히 본능적으로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독한것 같다.


내 손등에 94번이라는 번호가 싸인펜으로 적히고 다리 위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번지 점프대 앞의 준비실에서 건장하고 멋진 진행요원들은

긴장하고있는 관광객들에게 유머러스한 장난을 하면서 프로답게 단단하고도 부드럽게 묶어준다.그 광경을 보고 있는 뒷줄의 대기자들은 서로 마주보며 웃음으로 긴장을 풀곤했다. (다들 ‘이짓을 왜 한다 했을까’ 하는 표정들이다) 나 역시 조금은 후회도 됐지만 이미 시작되었으니 물러날 수 도 없다. 심장의 고동소리가 귓가를 지나 머리를 울리고 목젖으로 넘어오는 긴장의 피맛이 느껴진다. 떨어지는 사람들의 환호섞인 비명과 운영요원들의 웃음소리가 귓가 저 멀이서 들리는 것 같다. 떨어지려는데 안전 혁대를 난간 끝에서 밀었다가 당겼다 장난치며 관광객의 공포와 짜릿함을 극대화시키는 운영 요원들의 여유가 부럽기만했다.

드디어 내 순서다. 심장은 요동치고 머릿속은 하얗다.과거 군의관 유격훈련때 11m 막타워에서 뛰어내리던 때부터 80년대초 대학시절 산악부원으로 인수봉 암벽하다 떨어진 순간까지 순식간에 거슬러 올라가는 추억이동이 일어난다. 앉아서 다리를 묶는데 내 신분 스티커를 보고 바로 강남스타일 말춤을 춘다. 그놈의 싸이는 어디나 있다.( 전생에 뭘했길래 운도 엄청 좋은 놈이다.)

작은 난간에 서서 응원하는 아내쪽을 쳐다 보는데 안경을 안썼으니 보일리도 없지만 썼어도 떨려서 안 보였을듯 싶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은 파란 하늘과 에매럴드빛 멋진 강 (순간 지옥에 있다는 망각의 강인  '렛테의 강'이 생각났다 )그리고 느껴지는 고도감과 내 얼굴을 스치는 따스한 바람 뿐이다.

앞으로 좀더 가라고 뒤에서 운영요원이 미는데 그 10cm가 왜 이리 힘든지. 난 뒤에서 장난치기 전에 그냥 앞으로 기울였다. 점점 몸은 앞으로 기울어 돌이킬 수 있는 한계 기울기 각도를 벗어나는 순간 등골오싹한다. 무중력 상태처럼 순간 내 몸이 떠있다. 이제는 떨어지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에 침 한번 삼키고 굽힌 무릎을 박차고 내 몸을 허공에 내 던진다. 두 팔을 벌리고 강물을 향해 뛰어 날면서 자유를 느낀다.

아무것도 걸쳐지지 않고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은 무중력의 공간 이동이 일어난다. 에머럴드 강물은 나를 향해 달려온다.

바닥을 찍고 반동으로 한번 튕겨 올라가면서 두 팔을 하늘 높이 올려 따스한 햇살의 포근함을 온몸으로 받았다. 모험에 성공한 사람의 자만심을 만끽했다. 햇살이 나를 덮어주고 강물은 휘어 감았다. 천하가 다 혼연일체가 되는 순간이었다. 건강하게 살아있어 행복하고 사랑할 보배들이 곁에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에도 번지 점프줄에서 다리를 풀고 계단을 걸어오면서 철없는 다짐을 한다.

다음에는 더 높은 곳을 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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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는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인 바누아투(Vanuatu)의 펜타코스트섬 원주민들의 성인축제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펜타코스트섬의 원주민들은 성인이 되는 자격요건으로 체력과 담력을 중시했는데, 이를 시험하기 위해 번랍이란 나무탑을 세우고 칡의 일종인 번지의 열대덩굴을 엮어 만든 긴 줄을 발목에 묶고 뛰어내렸다. 이와 같은 번지점프가 현재의 스포츠 형태로 자리잡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 뉴질랜드에서부터였다. 뉴질랜드에서는 번지점프를 안전한 점프시설을 갖추고,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로 발전시켰으며, 이를 계기로 오늘날 전 세계의 인기스포츠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의 스포츠 형태로 자리잡은 번지점프는 본격적으로 1979년 영국 옥스퍼드대의 모험스포츠클럽 회원 4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 뛰어내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8년 뒤 1987년, 뉴질랜드의 모험가 A. J. 해킷이 프랑스의 에펠탑에서 뛰어내리며 화제가 되었다. 해킷은 번지점프를 상업적으로 알리기 위해 이듬해인 1988년 고향 퀸스타운에서 해킷-번지클럽을 결성한 후, 47m 높이의 카와라우(Kawaraw)강 다리에서 번지점프를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8월, 대전 EXPO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이후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면서 지금은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한편, 번지점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안전장비는 천연 생고무 재질의 탄력 있는 줄인 번지코드다. 이 번지코드의 탄력성으로 인해 사람이 높은 데에서 뛰어내리더라도 별다른 충격 없이 그 반동을 즐길 수 있다. 번지점프대인 타워는 보통 T자형 타워와 아치형 타워가 있는데, 이 중 아치형이 안전성이 뛰어나고 번지점프 묘기도 보일 수 있어서 많이 선호되고 있는 방식이다. ( 참고; 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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