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기억이난다. 일본 야마데 소학교로 등교하던 즈음의 집안 아침 광경이...
어머니는 우리 삼형제를 정신 없이 보시다가 나를 학교 등교 시키기 위해 옷을 입히고 집앞까지 나오셔서 친구들하고 같이 가도록 하셨다.
항상 그 길은 내 꿈속에서도 뚜렷했는데 과거 1997년에 한번 가보니 내가 커서 길의 너비만 좁게 느낄 뿐 모든 것이 변함없었다. 집을 나와
왼쪽으로 돌아 계속가면 왼편에 큰나무 가 담장을 넘어나온 좋은 집이 있고(매미를 많이 잡았었다) 가다가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가면 아세아가와 역앞 시장이 나온다. 지붕이 덮개로 씌워진 전통 시장이었는데 다시 가보니 통로가 좁게 느껴지는 것 말고는 그대로였다. 거기를 구경하면서 통과하면 맑은 개울을 건너고 그럼 내가 다닌 야마데 유지원입구가 우측에 나온다. 거기서 외쪽으로 경사진 길을 조금 더 걸어 오르면
야마데 소학교 정문이 보이고 바로 미끄럼대 뒤로 보이는 것은 일학년 건물이었고 우측의 계단을 더 오르면 넓은 운동장이 보이면서 윗학년 형누나들이 쓰는 학교 건물이 있었다. 그랬던 내가 초,중,고,대학교를 졸업하고 밥벌이 하다가 세아이의 아빠가 되어 50줄에 들어섰다.
이러다 곧 눈 깜짝할새 70이나 됐다하겠지. 물론 운이 좋으면 말이다.
요즘은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보면 평소보다 교문앞에 학부형들이 많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것 같은 자식들이 기특하게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덕분에 본인들이 학부형이 되었으니 얼마나 기특하고 또한 신기하겠나? 그 기분은 나 역시 십분 이해한다. 피부가 탱탱한 젊은
아빠가 아이에게 빠이빠이 인사하면서 등교 시켜주고 내가 서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다가온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다 차지한 표정이다. 서서 한참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엄마들의 표정도 행복이 넘친다. 남편들을 저런 표정으로 쳐다보면 세상의 남편들은 아마 목숨까지 내 놓을 것이다. ^_^
나도 그럴때가 있었다. 우리 부모님도 그럴때가 있었고 내 조부님도 그랬을 것이다. 내 아들 또한 앞으로 그럴 것이고 내 손자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다 그렇게 돌고돌아 각자의 쓰임새대로 살다 지나친 미련없이 떠나가야한다.
앞길 막지 말고 능력대로 길 청소 해주면서 적당한 시기에 조용히 물러나야한다.
길 청소 해준 것에 대한 보답은 그때그때 받도록 본인이 노력하고 못 받는 것은 각자의 능력이자 운명이다.
뒤늦게 못 한 것을 지나치게 아쉬워하면 주위 사람들도 피곤해지고 본인만 처량해 지는 것이 인생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만큼 자신을 생각해주지 않는다. 절대로.
어제 국가 원로들을 초빙해서 대통령이 간담회를 갖었는데 어떤 조언이 나왔는지 궁굼하다. 솔직히 형식적인 모임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본다. TV를 통해 그분들 표정을 보니 본인들 건강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을 듯한 해탈한 상태인듯 싶었다. 물론 과거에는 천하를 흔들었어도 세월은 어쩔수 없는 것이니 괜한 유교적 눈치를 고집할 것 없다 생각한다. 본인들도 적당한 선에서는 초대를 사양하고 조용히 자신만을 추스르고 역사의 기록을 조용히 남기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살아 건강한 동안 최대한 알차게 보내는 것이 행복의 제일 조건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행복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자식들의 효도도 순간일 뿐 진정한 행복은 자기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다. 분명히 세상은 나 혼자다.
요즘 미친 광기 수준의 북한 정치인과 주민들의 유치한 짓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지만 아마 정권이 무너지는 순간 다들 컴잉 아웃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것을 생각하면 불쌍한 뿐이다. 매일 북한 방송에서 헛소리 대본대로 읽으면서 쇼하는 앵커들은 정권 붕괴후 과연
어떤 변명을 할 지 무척 기대가 된다. 비에 젖은 초상화 보고 우는 젊은 처자들이나 새파란 김정은을 뒤쫓아 바다까지 들어가는 군인들의
광신도같은 행태는 인간이 정신적으로 비참해질 수 있는 최하의 밑바닦을 보여주는 것 같다. 누구나 그런 세상에서 태어나는 운명이면 다
그렇게 변할것이다. 나 역시도 뻔하다. 오히려 더 골수 사상가가 될 수도 있다.
그럴 수 록 더더욱 내가 챙겨야할 내 현재의 행복을 절실한 마음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난 오늘도 행복하기 위해 내 나름의 모든 것을 투자한다.
그 이상은 원래 내 것이 아니기에 미련없다. (그러려고 노력한다.)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이다.
(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게 되는 운명의 여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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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조건>
첫째, 먹고 입고 살고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듯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 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셋째, 자신이 자만하고 있는 것에서 사람들이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
넷째,겨루어서 한사람에게는 이기고, 두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을 듣고도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않는 말솜씨
- 플라톤의 '행복의 조건'- (귀한 지인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