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이야기

<생활의 지혜 3.>

 
87세 장인이 수술을 받으셨다. 고령이시라 수술 후 한 달이 지났음에도 회복이 늦어져 큰딸인 아내를 비롯해 모든 가족들의 걱정이 크다. 다행히 어제, 오늘부터 인지 기능이 많이 회복되었고 걸음도 조금씩 걷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가족들의 대면 면회가 제한적이라 장인과 할 수 있는 대화는 간병인을 통한 전화 통화가 주된 방법이다.
아내는 매일 간병인에게 전화해 장인의 상태를 살피며 고령의 아버지와 간접 대화를 한다. 이때 가장 안타깝고 눈물이 나는 건...늙은 아버지가 늙어가는 딸에게 계속해서 집에 보내달라고 막무가내로 떼쓰시는 걸 달래야 하는 경우다. "아버지 이제 곧 걸으실 수 있게 되면 집에 갈 수 있어요."
기억이 왔다갔다 하면서 밭에 정리할 게 있다고, 내년에 심을 땅콩을 창고에 넣어야 한다고, 할 일이 많으니 빨리 집에 가야 한다고...정작 지금 누워계신 곳이 병원인 줄도 모르시면서...다른 사람 집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고 떼쓰시는 걸 어떻게 달래야 할 지 몰라 가족들의 가슴이 메인다.
퇴원하시더라도 혹시 몰라 요양병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아내가 여기저기 검색을 한 모양이다. 그 가운데 읽게 된 글을 아내가 내게 들려준다;
한적한 시골에 있는 독일의 한 요양병원에 가장 큰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집에 가겠다고 자주 소란을 피우는 일이라고 한다. 관리가 허술해지면 어떤 환자들은 영락없이 요양병원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산길을 헤매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기억력은 흐릿하면서...
한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요양병원 근처에 버스 정류장을 여러 개 짓기로. 병원을 벗어난 환자들은 산길을 헤매는 대신...버스 정류장에서 ... 오지 않는 버스를...집에 가겠다고...마냥...기다리며 앉아있게 된다고 한다. 이때 그들을 발견한 직원들은 조용히 다가가 커피 한 잔을 권한다고 한다. 그러면...내가 집에 가겠다고 나선 기억을 잊어버리고...조용히 직원과 함께 병실로 돌아온다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생활의 지혜', 아니 '삶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장인의 쾌차를 위해 오늘도 기도하며, 그토록 가고싶어 하시는 집에 모시고 올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페친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