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솔직해지자 ----------------
이렇게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우리는 여러 면에서 부작용을 겪게 된다. 한마디로 너무 투쟁적으로 변해버렸다.
그러잖아도 원래 우리의 바탕이 남북으로 분단되고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만인(萬人)과 만인이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는 우리를 '싸움꾼'으로 몰아갔다.
조금 양보하면 지는 것이고, 지면 퇴출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교육도, 오락·연예도 모두 '내가 너를 딛고 일어서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되는' 게임으로 변질됐다.
이런 상황은 우리 모두를 모순된 이중구조로 몰아갔다. 1등을 갈망하면서 평준화를 주장하고, 개발을 앞세우면서 환경을 거론한다.
복지를 요구하면서 증세(增稅)는 반대(부자 증세는 OK)하고 외국산을 선호하면서 FTA는 반대한다.
자녀들은 미국에 유학 보내면서 반미(反美)를 외치고 다른 사람의 부정과 부조리에는 엄격하면서 자신의 비리는 변명한다.
그리고 싼 가격에 전기를 펑펑 쓰면서 원자력 발전을 비난하고 북한의 가난과 인권 유린에는 침묵하면서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을 규탄한다.
이제 우리는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우리가 서 있어도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너무 투쟁적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전 범위에 참여하고 모든 것에서 1등 할 생각을 버리고
우리 규모에 맞고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지혜를 터득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 조선일보 김대중 컬럼에서 20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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