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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조조 영화

부모님과의 대화중에 갑작스럽게 일요일 아침 조조로 영화 ‘페이스 메이커’를 보게 되었다.
평소 아이들 학원땜에 심야 영화를 보던 나는 일요일 아침의 달콤한 늦잠을 포기하고 아버지와 영화관으로 가게 되었다.
옛날 학창시절 절약하며 데이트 하던 조조 상영을 간만에 보게되었다. 영화표를 일찍와서 사 놓고 혼자 웃으면서 밖에서 기다리던
풋풋한 80년대 내 청춘의 한때도 있었다.

평소 보고 싶었던 것이라 6시 반에 벌떡 일어나 아침을 꼭 집에서 먹어야한다는 아버지 뜻대로
어머니가 해주신 식사로 배를 간단히 채우고 두 남자는 씩씩하게 떠났다.
차몰고 간만에 뻥뚤린 일요일 아침의 서울 거리를 달려 도착하니 영화 시작50분전 이다.
조조는 경로우대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억울해 하면서 아무튼 무사히 표를 구했다.
사실 어제 밤에 예약하려니 벌써 조조가 반이나 팔렸는데 아버지께서 경로우대 받겠다 하셔서 취소하고 당일 구매하는것이라
아침 고생하고도 혹시 표 못 구할까 내심 혼자 걱정을 좀 했다. 현명한 사람이면 그냥 예매하고 오늘 산 것처럼 했을텐데 나도 참 미련하다.

기껏 더 싸도 1000원 정도일 뿐인데 이렇게 일찍일어나 고생이니 말이다.
일단 인증 샷 찍고 미국 동생들에게 보냈다. 동생들이 스마트 폰으로 자주 일상 생활들을 사진 보내와 참 좋다 싶어
나도 스마트 폰을 구입한 후 이번에 제대로 활용했다.
8시갓 넘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이 자릴 잡고 있고 유독 등산복과 배낭을 매고 오신 단체가 많았는데 참 희안한 스케쥴이다.
이 시간에 그냥 산에 올라가면 더 상쾌하고 좋은데 영화보고 올라가는 것은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추기 위함인지...
아무튼 각자의 삶이니 개성대로 사는거다.

‘페이스 메이커’는 말 그대로 마라톤 기록 유망주를 위해 옆에서 질주 속도를 조절해주면서 방해하는 경쟁자를 막아주다가
자신의 체력을 다 소진하고 중간에 장렬하게 빠지는 가미가제식(?) 동료이다.
영화에서는 30km를 최대 거리로 설정해서 페이스 메이커인 주인공은 그 이상을 뛰지 못하는 자신의신세를 한탄하고
언제나 그렇듯 어리고 예쁜 조연에게 동정과 사랑을 받는다. 솔직히 그 정도 혜택이라면 나도 페이스 메이커 하겠다.^_^

“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것을 하겠냐?”는 대사는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이것은 사실 이분법으로 완전히 갈라질 수 없는 운명적인 이란성 쌍둥이일 것이다.
두가지가 동일하면 그 사람에게는 천운 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인생이리라.
그이유로 많은 행복과 불행이 조용히 갈라진다 싶다.
나는 지금 어떤가?
잘 하는 것을 주로 하면서 그것을 조금씩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아니면 좋아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는 것이 나을까? ^_^

처음 ‘페이스 메이커’라는 제목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 것은 나 뿐만 아닐 것이기에 이런 조조에도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다.
사실 세상에는 페이스 메이커가 참 많다.
처음부터 주인공을 위한 조연의 경우도 있지만 살다보니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빠지는 경우도 있는법이다.

(물론 태생적으로 주인공부터 시작하는 그런 인생도 있긴하지만 그것은 극히 드물어 제외하는 것이 서로가 속 편하다.)
혹은 처음부터 조연도 못해보고 원하지 않는 다른 길을 가게 되는 부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행복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후회와 사고의 차이일 뿐이다.
평생 조연으로 행복하게 살 수도 있고 주인공을 잠시 해본 기억땜에 평생 열등감에 불행하게 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혹은 기대도 않고 담담하게 걸었던 내 인생 길에 운좋게 서광이 비춰줄 수도 있다.
1%를 위해 99%가 희생한다고들 떠들던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일은 다 상대적이다.
피해자 인양 떠드는 99% 안에서도 상대적인 1%가 있는 법이고
정복자인양 매도되는 1% 안에서도 조연급인 99%에 해당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위를 보면 모자라고 아래를 보면 남는 것이 인생이다.

이제는 자녀들을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충실하려한다.

나도 한때는 온전한 주인공이었지만 이젠 적당한 수준의 주인공역할만 하려고 한다. ( 완전히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 
나이들면 머리는 짧아지고 치마는 길어져야 한다 하듯이 자신의 인생 역할도 나이에 맞게 변해야 할 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88 청춘을 외쳐도 88세는 88세다. 젊은이들이 도와주니 가능한 88 청춘일 뿐이다.
세월의 계급장만으로 목에 힘줄 수 있는 세상이 이젠 아니다. 가치있는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나도 내 나름의 준비를 잘 해서 뒷끝 없이 폼나게 살다가 운명따라 미련없이 깨끗하게 갈 생각이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 별난 것 많았지만 그게 다 내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남보다 앞서나가 높이 올라서는것이 인생 목표인지 아니면 내가 행복하기 위한 것이 인생 목표인지 현명하게 생각해야할 하루하루다.
아무튼 영화 참 감동적으로 좋게 봤고 며느리감 후보 하나 더 생겼다.

약간의 신파적인 점과 비 과학적인 점이 사소한 오류로 보이지만 대체로 양호한 영화였다.
영화 마치고 나오니 ‘너무닮은 형제 같다’고 동생의  문자 답장이 와 있다.
아버지가 또 좋아하시네...

이거 아주 정치적 발언일세. 아주 현명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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