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일은 세월이 흘러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몇년전 동유럽 여행할때 부다페스트 카를 대교의 양측에 있는 동상들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청동 동상은 세월의 흐름을 역역히 보여주었는데 부분적으로 금장한곳은 전혀 변합없는 화려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로 전날 금도금을 한것 처럼 찬란했다. 그래서 과거부터 권력을 갖은 자들이 금에 미쳤었던것 같다. 이런식으로 간다면 정말 인류가 생존하는한 영원히 빛날것 같다.
17년전 성남에서 개업할 당시 금전적인 여유가없어서 낮은 단가로 인테리어공사를 했다.(그래도 정형외과로서는 합당한수준) 그런데 약 3년마다 벽지, 문짝등 보완하고 바닥 왁싱하곤했지만 노후되는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직원들을 회식 시키면서 대청소도 했고 필요하면 인부를 써서 수리도 했다. 하지만 바탕이 허술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심지어 환자들이 수술 후 통증때문에 화내면서 벽을 팔꿈치로 치면 쏭 하고 구멍 뚫려버리곤 해서 군데군데 벽지로 덮었지만 그런곳은 환자들이 귀신같이 알고 꼭 구멍을 뚫는다. 그런 곳이 자꾸 생기면 또 전체 방을 새로운 벽지로 도배를 해야한다. 병실의 청결은 벽지이고 병원이 깨끗하지 않으면 환자들 수준도 같이 떨어진다. 공사때 벽을 두꺼운것으로 했어야 했는데 아마 단가를 낮추려고 더 얇은것으로 했을것이다. 문짝도 무늬만 이쁘지 묵직한 맛이 없이 가볍고 약했다. 그때는 인테리어에 대해 전혀 몰랐으니 할 수 없었다. 보통 토목 공사할때 조금만 수준을 떨어뜨리면 수억원의 비자금이 생긴다니말이다.
지금은 서울로 이전해서 9년째. 여전히 새것같은 인테리어가 나를 기쁘게한다. 단가를 조금 올린것 뿐인데 모든것이 다르다. 벽지는 여전히 깨끗하고 벽도 못질도 튼튼하여 아무리 무거운것도 부담없이 걸게 된다. 몸으로 밀어도 전혀 흔들립 없다. 천청도 두꺼운것을 두겹으로나 해서 (내보기에는 그럴 필요 없을것 같은데) 건장한 성인이 천정 속에 직접 올라 들어가서 작업을 해도 될 정도다. (성남은 올라갈 수도 없는 마감재료였다. ) 바닥도 걸레질만 조금 하면 여전히 천정의 전구가 그대로 다 끼끗하게 비춰진다. 환자들이 목발이나 지팡이로 긁으면서 지나가도 상처나지도 깨지지도 않게 튼튼하다. 모든 문짝은 지금도 저절로 조용히 닫힐 정도로 부드럽고 견고하다. 갖다놓은 소파마져도 잘 닳지 않고 유지된다. ( 성남것은 왜 사람들이 자꾸 대기하면서 소파의 거죽을 손으로 뜯는지 2~3번 교체햇다. 아마 뭔가 잡히는 것이 있으니 본인도 모르게 더 뜯었겠지.) 하여간 성형수술한 여인의 부자연스런 미모 보다 근본적으로 향기를 느끼게 하는 현명한 여인의 미모을 보듯이 참 편안한 내 병원이다.
비록 이제는 병원공사 안한다지만 (까탈스런 의사성질때문에 질린듯ㅠㅠ) 공사맡았던 회사의 담당자에게 다시 고맙다는 안부전화해야겠다.
뭐든지 실력과 정성은 세월이 알려주는 법인듯 하다.
나도 빤짝 효과보다도 장기적으로 튼튼해지게 (꾹참고) 환자분들에게 잘 설명 해드려야겠다.
(근데 솔직히 중2병 아이들이나 정신적으로 이상한 성인은 정말 참고 대하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