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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크리스마스의 말실수


요즘 말 실수로 고생하는 정치인 들이 많다. 하지만 그게 정치인들만의 문제이겠는가?

자고로 예부터 인간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들로 가벼운 교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보게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간혹 듣는 이야기중에 유독 내 귀에는 거슬리는 이야기가 있다.

“그 약 ( 주사 ) 먹어도 ( 맞아도) 되요?”

내가 환자를 진찰 하고 진단 내린후 처방을 내리는데 이렇게 말하는 환자들이 있다.

대부분은 웃으면서 혹은 망설이듯 이야기하지만 간혹 정색을하면서 물어보는 이들이 있다.

그러면 대답해준다. “의사가 몸에 해로운 약 (주사)를 주겠읍니까?“

음식점에 가서 메뉴판을 보고 이거 먹어도 되는거냐고 물어보면 얼마나 이상할까?

학생들에게는 그럴땐 약을 안먹었으면 좋겠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일러준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그저 내가 몰라서 말하는 것 뿐인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다.



화상 입어 고생하는 환자들을 빤히 쳐다보며 걱정하는듯(?) 들리도록 말을 내뱉으면서

가슴에 비수를 꽂는 사람들,

교통사고후의 언쟁속에서 나오는 욕설들의 살벌함들은(외국의 것에 비해) 다 사회성에서 습득된 나름의 관습일것이라 본다.

수많게 오가는 이야기중 어쩌다 실수 한 것으로 지나치게 매도 당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말은 -특히 우연히나온- 그 사람의 내면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라 본다.

그래서 더더욱 날마다 생각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하는 것이 옛성인들의 노력이었으리라.


크리스마스날 가족과 백화점에 가서 기분좋게 일 보고 텅빈(?) 엘리버이터를 탔는데

우리 앞 사람은 상품권으로 50만원을 탔다는 아들의 부러워하는듯한 말에 난 평소처럼 말했다.

“그 사람들 차 사고 날 지도 몰라“ (그러니 괜치 남을 부러워할 것 없다)

평소에서 자주 하는 말로 공짜로 들어온 것은 쉽게 나가니 들뜨지말고 또한 나쁜일 있어도 곧 회복될 일이 생긴다는

가정교육의 일환으로 하던 뜻이었는데 하필 내가 신경 안쓴 곳에 당사자가 있었다.

뒤 쫒아와서 성탄절에 들은 험담에 억울해 눈물 글썽이며 항의하는 젊은분에게 사과는 했으나

내게는 두고두고 찜찜한 하루였다.

자고로 말이란 것은 하는 사람이 좋고 당사자가 들어서 좋고 또한 그 내용을 전해들은 제삼자에게도 이로운 것이어야 해야 한다는

성현의 말씀을 머리에 두고만 살다가 순간 뼈속까지 아프게 스며드는 좋은 교훈을 얻은 날이었으나

거듭 빛바랜 메리 크리스마스를 그분에게 보낸다.

 

201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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