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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낙서

[태평로] 60~74세 맞은 AZ백신, 효과 급락 숨기지 마라

AZ 효과 두세달 만에 뚝 떨어져… 부스터샷도 더 빨리 맞아야
화이자든 AZ든 같은 것처럼 두루뭉술 넘어가는 것은 곤란

입력 2021.12.15 03:00
정부가 연일 악화하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 백신 3차 접종 간격을 3개월까지 단축하기로 한 10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1, 2차 접종을 마친 시민이 모더나 백신으로 추가접종(부스터 샷)을 하고 있다. 2021.12.10/연합뉴스

한 60대 지인은 지난 13일 3차 접종(부스터샷) 주삿바늘이 어깨를 찌를 때 ‘이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넉 달 가까이 지났는데 이 백신의 예방 효과가 빠르게 떨어진다는 소식에 불안했다는 것이다.

지금 3차 접종이 가장 필요한 연령대는 어디일까. 많은 전문가는 60~74세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우 75세 이상은 화이자를, 60~74세는 AZ 백신을 집중적으로 접종했다. 그런데 영국보건안전청(UKHSA)이 지난달 말 내놓은 백신 종류별 접종 후 실제 효과(real-world effectiveness) 분석을 보면, AZ 백신은 감염 예방 효과가 65세 이상에서 10주 후에 49.9%로, 20주 후에는 36.6%로 떨어졌다. 50%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이 최저 기준으로 정한 수치인데, 10주 만에 그 이하로 내려간 것이다. 화이자 백신도 시간이 갈수록 예방 효과가 하락했지만 20주 이후에도 55.3%를 보였다.

AZ 백신의 이 같은 수치는 요즘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다.

12월 2주 전체 환자 중 60대가 18.2%로 가장 많고, 70대도 14.8%로 0~9세에 이어 셋째로 많다. 60대 이상이 이 주의 위중증 환자 중 83.3%였고 사망자는 94.8%였다. 최근 5주간 60대 이상 사망자 중 577명(48.1%)은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경우였다. AZ 백신을 주로 접종한 60대 이상에서 백신 효과가 뚝 떨어지면서 확진자, 위중증 환자 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왼쪽)과 화이자의 백신. 두 백신을 병용하면 면역반응이 훨씬 세져 변이 바이러스도 이겨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그렇다면 AZ 백신 맞은 60~74세에게 우선적으로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방역 당국은 AZ 백신 지속성 문제를 적극 알리면서 3차 접종을 해달라고 해야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굳이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60대 이상은 적극 3차 접종을 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14일 현재 우리나라 60~74세 3차 접종률이 26.6%로 낮은 편인데 이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정부의 두루뭉술 전략은 구체적인 정책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60~74세에게 3차 접종 우선권을 준 다음 다른 연령대로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은데 정부는 18세 이상이면 나이에 상관없이 접종 간격을 일괄 3개월로 단축했다. 50대는 몰라도 18~49세 중에는 2차 접종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급하지도 않다. ‘AZ 백신 맞은 60~74세 문제’를 희석하려는 의도는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AZ 백신의 지속성이 낮은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보건 당국의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 AZ 백신도 임상에서 60%대의 감염 예방 효과를 보여 그런대로 괜찮은 백신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기 요양병원 등에서 확진자가 대량 발생했을 때 이 백신을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문제는 그 후 지속성이었다. 다만 미국은 AZ 백신에 대해 아직까지 긴급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았고, 일본은 AZ 백신을 구매했지만 전부 동남아 국가 등에 기증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대체할 백신이 있었느냐 여부였다.

방역 당국이 AZ 백신을 맞았든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맞았든 똑같은 것처럼 말하고 실제 정책도 그렇게 펴는 것은 옳지 않다. 백신별 차이를 분명하게 얘기해 정책 효과를 높여야 한다.

또 하나 우리나라도 영국 등 다른 나라처럼 백신 종류별 접종 후 실제 효과 분석을 공개하기 바란다.

그 자료를 보면 백신별 감염·중증·사망 등 다양한 예방 효과를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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