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하이엔
태풍 하이엔은 대단한 위력이었다.
긴급하게 모인 관계로 평소처럼 미리 결단식을 갖고 팀원들끼리 인사를 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28일 저녁 인천 공항에서 5시에 만나
열린의사회의 결단식을 갖었다. 하이엔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에 긴급 의료 지원 가는 것이다.
이번에는 긴급 모집 관계로 의료진과 자원 봉사 요원들이 조금 적어서 20명 수준이었다. 조용하게 단체사진을 찍고 입국 수속을 밟았다.
나름 각자 많은 준비를 했으니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가 봐야하는것인데 아마 영화 시사회의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이라하면 맞을까 모르겠다. 내가 하는 짓이 여행자 보험 가입 거부 사항인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떠날때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어떤 난관이 언제 생길지 항상 궁굼했는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마닐라에 도착해서 국내선으로 갈아타는데 중간에 우리가 공수해온 모든 약품들이 압수되는 일이 생겼다. 이유는 서류 미비였다.
짧은 시간에 준비하려니 필리핀 현지와 소통 문제가 생긴 것인데 수시간의 사정에도 꿈쩍안하고 봐주질 않아 어쩔 수 없이 한 명의 사무국
직원이 남아 다음날까지 공식적인 사무 처리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계획대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목적지 Kalibo에 새벽 5시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샤워만 하고 바로 진료를 시작하려는 것이 기존 계획이었고 모든 지역 주민에게 연락을 해 놓은 상태인데 사용할 약품이 전혀 없으니 난감할 뿐이었다. 일단 바로 1주일전 필리핀에서 진료를 하고 돌아간 팀이 남겨놓은 약품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고 진료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준비없이 어설프게 시작하면 안 한것만 못하니 말이야. 잘못하면 첫날부터 공칠 상황이었다. 현지에 도착해서 확인한 결과 다행이 하루 동안은 버틸 수 있어서 바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진료소로 출발했다. 이런 과정에도 우리 팀원들은 전혀 동요가 없이 봉사의
의지로 눈이 초롱초롱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 같다. 이런 젊은이들과 같이 일 한다는것이 즐거웠다.
( 태풍 하이엔의 이동 경로)
첫날 진료지는 Batan 지역이다. 가는 길가의 주민들 상황은 메스컴에서 본것 처럼 열악했다. 우리가 30분쯤 늦게 도착했는데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약이 없다고 첫날부터 돌려보냈다면 어쩔뻔했나 싶었다. 이곳에 다시 올 수도 없는데 말이다.
그곳 의료보조 요원들과 직원들이 책 걸상을 놓고 여러 가지 나름의 최선으로 진료소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기온의 열기와
환자들의 기운으로 뜨거운 땀이 계속 흘러내린다. 내 옷은 하루종일 수술 하고 오후 늦게 벗을 수준으로 이미 흠뻑 젖어버렸다.
첫날부터 500여명의 환자를 봤다. 그런데 오후 5시가 다 되도록 마닐라에서 압수된 약품과 수술 기구들은 돌아올 줄 몰랐다. 내일이면
아무것도 없이 다른 진료소로 이동해야할 판이었다. 병원을 잠시 떠나 좋은일 해보려고 많은 준비를 하고 온 우리 팀원들에게는 정말 황당함의 극치다. 지금도 수술 기구 없어서 치료 못해주고 약만 주고 보낸 환자들이 계속 쌓였다.
그러던 차에 6시 되기전에 반가운 메시지가 날아왔다. “통과”
마닐라를 통관해서 저녁 11시경에 현지 공항으로 도착한다한다. 천만 다행이다. 내일도 계속 진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지에 남겨놓은 약들이 이렇게 도움이될 줄 아무도 몰랐다. 정말 다행히 무사하게 하루를 넘겼다.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골아떨어졌다. 거의 36시간 만에 누워 보는 것이다. 숙소의 천정을 다니는 도마뱀도 신경쓸새 없이 꿈나라로 직행했다. 나도 코를 골지만 단장인 내 룸매도 만많지 않다. 앞으로 내가 먼저 자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며 깊숙히 골아떨어진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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