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이다. 아침부터 모닝콜이 울린다. ‘똑똑 모닝콜!’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직원들이 방마다 노크하고 소리를 지른다 ‘모닝콜!’
숙소에 전화기가 다 있는 것은 아니니 직원들이 복도를 돌면서 직접해주는 확실한 모닝콜이다. 하여간 시작이 재미있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근육통을 다스리면서 아침 식사하러 내려간다. 어제밤에 무사히 모든 약품과 기구들을 공수해와 의기양양한 박부장을
반갑게 맞이한다. 역시 능력있는 베태랑이라 가능했다 싶다.
오늘은 Altavas 라는 지역으로 인구 26000명에 의사가 4명 뿐인곳이란다. 숫자 상으로는 가름을 할 수 없었는데 환자들의 상태를 보니
의료혜택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알 수 있었다. 외과 의사인 나에겐 여러 수술 환자들이 밀려왔다. 염증 고름 치료뿐 아니라 간단히 째고 치료하면 될 것이 오랜 기간 병원을 찾지않아 큰 혹으로 악화된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커서 망설였으나 도저히 해 주지 않을 수 없어서 수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다보니 간이 커지면서 점점 더 큰 것도 망설이지 않고 수술하는 나를 보고 조심을 다짐했다.
여러번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모든 것을 망치는 것이 해외 진료 행위이기 때문에 항상 과욕은 금물이라는 것이 내 지론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선을 넘기게 되었다. 도와주는 자원 봉사자인 선하의 세련된 솜씨도 내게 큰 힘이 되었다.
( 급하면 필요한 현지 말은 내가 직접한다.)
물론 많은 주의를 줘서 수술 후 치료를 병원가서 꼭 받도록 했고 약과 연고를 충분히 줬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것이니 기도할 뿐이다. 간절히 원하는 수술을 해줬으니 좋게 마무리 되리라 믿고 싶을 뿐이었다. 이 날도 전 의료진이 약 500여명의 환자를 봤으며 외과 혹 수술은 약 10여명정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가져온 수술 도구를 거의 다 써서 밤에 다시 소독을 하기 위해 현지 냄비를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석양을 보며 달리는 버스 안에서 다들 골아떨어졌다. 숙소로 가다가 현지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곧장 숙소 샤워실 거친후 꿈나라로 직행이다. 작년 스리랑카의 숙소를 생각하면 더운 물이라도 잘 나오는 것이 어딘가 싶다.
과거 경험으로 나는 보통 하루종일 진료 하더라도 체력이 어느정도는 남아 숙소에 돌아와도 주위를 구경하거나 술 한잔 하면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었는데 이번에는 영 아니다.
힘들었는지 나이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간 젊은 친구들은 또래끼리 시간을 갖은 듯 한데 일단 난 힘들어서 참가 못했다.
하긴 참석 안하는 것이 그들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 것이겠지. 나도 벌써 그런 위치가 되었다.
오늘도 뿌듯한 하루다.
( 특산품인 돼지 고기 튀김과 맥주 산 마구엘로 피로를 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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