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이다. 이곳을 오기 전에 일기 예보로는 진료 기간 내내 비가 온다했는데 계속 맑음이다.
비가 안오면 환자들이 많이 오니 다행이긴 하다. 이왕 온 것 확실히 진빠기게 해야하니까 말이다.
이번에 가는곳은 Balete 지역으로 한 집안이 수대 째 꽉 잡고 정치 경제를 휘두르는 지역이라한다. 3회 연속 도지사나 국회의원 선출이
금지되어있으니 가족끼리 번갈아가면서 하는 전형적인 후진 정치 지역이다. 역시 도착 즉시 이미 와있는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오늘도 천장이 태풍으로 날아간 체육관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환자 역시 많았다.
계속 반복되는 치료 속에서 특히 내 눈을 사로 잡은 한 아이가 있었다. 진료 내내 그 아이에게 시선이 가는데 우측 눈 아래에 클 검은혹이
있어 아이는 주위 사람을 시선을 피하고 아래를 계속 보고 있었다. 난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 저 아이는 수술 하지 말아야겠다. 잘못하면 눈을 다치겠다.’ 고... 그리고 이미 수많은 환자를 수술 해서 소독된 기구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자꾸 마음씨 착한 박인철 팀장이 수술을 해주길 권한다. 난 아이 엄마에게 다가가 아이와 함께 통역을 통해 이야기를 했다.
‘마취를 해도 아플 수 있는데 수술중 얼굴을 돌리거나 움직이면 눈을 다칠 수 있다. 참을 자신 없으면 수술하지 말자‘ 고 했는데
아이의 표정이 비장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할수 있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만반의 준비하고 아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이재훈 간사에게 온몸으로 잡으라했다. 수술 위해 예민한 부위인 눈 주위를 마취 하는데 바늘을 여러번 질러도 10세 아이는 꿈쩍 안하고 잘 버틴다. 치료의 열망이 가져다주는 무서운 인내력이다. 가능한 조금째고 피하의 혹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피부 아래를 통해 조심해서 눈 길이의 반 정도되는 혹을 제거하니 확실히 외형상 좋아보였다. 이쁘게 꿰매고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서 아이에게 보여주는데 갑자기 잘 참았던 아이의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쏟아진다. 얼마나 그동안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하니 수술해주기 잘 한 것 같고 안하겠다는 나를 자꾸 귀찮게 해서 수술 하게 해준 박부장이 고마웠다.
막판에가지 기다렸던 3명의 혹 환자들은 이미 늦은 시간에도 돌려보내지 못하고 동시에 여러 의료진들이 딜려들어서 후다닥 해치워 버렸다. 우리들은 갈수록 혼떼는 시간이 단축되는 베태랑 팀이 되어갔다.
단장님이 열심히 땀흘리면서 혹떼어주고 있는 내 옆에 와서 '오늘 저녁은 많이 먹어도 좋다'고 허락해줬다. ㅎㅎㅎ
오늘도 또 내일을 위해 수술 기구를 소독한다. 이런 일은 없었는데...
한명의 의사가 평생 볼 수 있는 환자수는 대략 정해져 있다는데 귀국해서 내 병원의 환자가 없어지는것이 아닌지 모르겠다.^_^
오늘은 젊은 사람들 숙소에서 간단히 회의를 하면서 서로간의 대화로 친목을 도모했다. 이미 진료중에 땀으로 부대끼면서
친해진 관계인대다 워낙 성품이 좋은 젊은이들이라 뿌듯하고 감사했다. 이들과 짧은 삶을 공유하게 된것에 감사했다.
( 하루의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의료진들과 한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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