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대학 병원을 졸업하고 개업하고있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레지던트 시절에 학교의 의무사항이라 잠시 해외 봉사 다녀와야 할 일이 있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하면서 개업 자리가 어느정도 안정되면 같이 티벳에 의료 봉사 다녀오자고 한다. 진료 받는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순간 참 좋은 대학은 의사를 인성부터 키우는 구나 하는 생각으로 감사함을 느꼈는데 그 대학에 계신 교수님께서 단기 해외 의료 봉사를 실적 쌓기용으로 폄하 하시니 (조선일보 4월 15일자 ) 그에 대한 반론을 보내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자 한다.
봉사라는 것은 타인에게 나의 것을 나눈다는 의미로 조심해야 할 것은 내 기준이 아닌 타인의 기준으로 배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일방적인 수단이 되어 타인에게 오히려 해악스런 행위로 전락하기 쉬운 법이다.
그 친구는 전화를 끊고 1시간후 심장마비로 저세상 사람이 되어 나를 깨우치고 떠났다. 장례를 마치고 바로 검색해서 최대한 빨리 떠나는 해외 진료 그룹을 찾아 떠난지 올해로 6년째다. 처음 찾은 중국 우루무치에서의 느낌은 의사로서의 보람보다는 인간으로서의 황당함이 더 컸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의료 행위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사소한 의료 행위를 크게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환자 또한 존재하니 그 자체가 값이 없을 수는 없다. 해마다 해외 진료를 할수록 할 수 있는 일 혹은 해서는 안될 일들을 구별 할 줄 알면서 내가하는 진료의 질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손 잡고 그들과 소통하는 눈빛을 나누며 커가는 아이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전달해 주는것도 의료행위인 것이다. 결코 해외 진료를 한두번 해보고 느낄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다.
특히 최근 2년간은 인도에 다녀왔는데 대기업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세계화를 위한 사업운동으로 150여명과 같이 의료 봉사를 했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의료 행위로 열악한 환경속의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과 같이한 기간은 내게도 보람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이고 인류애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또한 애국심과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의료 행위를 통한 사람간의 대화와 다정한 교감은 가장 쉬우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법이다. 결코 뛰어난 수술만이 만사가 아니다. 오히려 다분히 가능한 수술후 문제가 그곳의 교민들이나 선교사분들의 수십년간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 버리 수도 있는 것어서 모든 행위에는 절제가 따라야한다.
큰 병원에서 최상의 보조를 받으면서 해외 의료 행위를 하는 분들과는 분명히 수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월급이 다달이 나오는 경우와는 다르게 본인이 직접 병원을 개업하면서 자비를 들여 ( 10일이면 대진 의사비용와 개인 사용약품 준비등 1000만원 정도 소요 ) 다녀오는 것을 일종의 실적쌓기 객기로 치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열성적인 자원 봉사자들도 귀한 휴가 기간이나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참가하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행위이며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나 자신도 의사로서의 마음을 항상 재무장하게 된다.
세상에는 사소한 작은 행위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각자 사람은 자기가 있어야할 자리가 있다. 또한 타인의 자리에 대한 배려 역시 마음에 두고 살아야한다는 것을 봉사 다녀올 때 마다 더욱 진하게 새기면서 귀국한다.
중국 베트남 몽골 인도등 생활 여건이 나아지면서 갈수록 의료 행위에 대한 제약이 강화가 되어 아프리카까지도 조만간에 의료 행위를 못하게 할지 모르겠지만 의료행위 이외에도 배려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마음속으로 무장해온 의료진이나 자원 봉사자들은 계속 인간애의 아름다움과 삶의 보람을 위해 자신을 투자라리라 믿는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소리나지 않게 조용히 이끌어가는 법이다.
그것은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2011.4 조선일보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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