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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부모님 사랑합니다.


이불 밖으로 나온 코가 시린 그런 시대를 보낸 우리 세대, 난로 위의 도시락김 냄새를 맡으면서 배를 움켜쥐었던 학창시절,
민족과 애국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충성하며 살아온 우리의 과거는 어버이 세대의 뒷꿈치를 바라보며 그림자를 따라왔다.
앞서가는 이들의 숨소리를 가슴으로 들으면서 쏟아지는 땀으로 따가와지는 눈을 부릅 뜨고 한걸을 한걸음 뒤쫓아 갔다.
뒤 따라오는 이들에 대한 배려의 여유보다 앞 사람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가쁜 숨을 내 쉬면서 주위를 구경할 겨를도 없이
쉼없이 걸어왔다. 그래서 그런지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는 것 보다는 뒤돌아서서 보고 웃는 것이 편하다.

아버지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저 자애어린 눈빛의 자상함을 보고자란 것뿐. 든든한 내조자인 어머니 옆에서 가장으로서의 절도있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신 것이 전부다.
결혼하고 아기를 안아주면서 사랑을 표현하면 그저 손자를 바라보기만 하시며 좋은 세상에 태어난 참 운 좋은 놈이라고 말씀 하신다.
나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수없이 말과 행동으로 표현한다. 거의 남발 수준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의 반응은 무뎌진지 오래다.
그런 나도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힘들다.
서로가 분명히 느끼고 있는 어떤 감정이 있는데 뭐라 표현하기 힘든 무딘 나날의 연속이다.
내가 힘들어 할 때 옆에서 기둥이 되어주시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내가 그은 선을 넘어서는 듯 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그런 미숙한 자존심의 소유자인 나는 여전히 부모님 수준 아래다.

우리 삼형제를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오신 부모님.

내게 든든한 두 동생을 주신 부모님.

항상 난 그분들 수준 아래다.

살아오면서 가능한 윗사람에게 예를 갖추어 살아왔으나 요즘은 아랫사람을 그렇게 대해야 하는 세상에서
고개처들어 마주보이는 푸른 하늘을 보고 소리쳐 기운을 재충전하는 우리 세대도 사랑의 표현에 어설픈 것 같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다.
아버지 학교에서도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사랑의 표현이다. 그런데 왜 자녀나 배우자에겐 편한 감정의 표현이 부모님에겐 힘든것일까?
감사나 존경의 표현은 해도 사랑이란 표현은 참 힘들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더 늦기 전에 쑥스러워 하지말고 꼭 말하고 싶다.
떠나가는 배를 부두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허망함을 생각하며 평생 후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말을 시작해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