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헬스장이 있다. 9년째 다니고 있다.
병원일 끝나고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는 것은 운동후의 엔돌핀으로 오히려 더 활기차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원일 마치고 지친몸을 이끌고 간신히 저녁 8시경 가면
러닝머신에 자리가 없다.
다 아줌마들 차지다.
낮에도 이곳에서 지내다가 가족등 저녁 밥 챙겨주고 다시 와서
하는 분들이란다.
우리나라는 참 여성들에게는 좋은 세상이라 난 믿는다.
뒤에서 보란 듯이 기다리고 있어도 전혀 게의치 않고 다시 30 분을 추가해서 씩씩하게 손 흔들면서 걷는다.
뛰기라도 하면 덜 얄미울텐데 걸으면서 TV를 열심히 보신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도 계속 다니는 것은 10년째 되면 VIP 회원
되어 혜택이 쪼금 있기 때문이다.
나도 참 씁쓸한 성격이다.
몇 년 전에 탈의실에 담당자가 왔다.
몸도 좋고 휜칠한 키의 젊은 20대 초반 친구다.
근데 이친구는 항상 얼굴이 어둡다.
아니 어두운 것을 떠나 화가나 있다.
자신의 현 위치에 분노를 느끼는폭발 직전의 상황을 수주일째 계속 보이더니 결국 떠났다.
그리고 들어온 친구는 30대 초반이다.
학창시절 공부하고는 좀 멀어보이는 듯한 끼(?)를 보이는 멋쟁이로 선한 인상의 친구다.
전임자가 하도 깽판을 처서 왠만하면 다 좋게 보이는 상황이라
그런지 회원들이 다 만족하는 분위기다.
약간은 농땡이 피면서도 (TV보는 모습을 자주 본다) 기본적인 것을 해결해 놓는 전형적인 젊은세대다.
자판기 잔돈 서로 주고 받기도하고 입구에 들어가다가 눈이 마주치면 같이 담배도 피면서 정을 나눴다.
이 친구는 인생을 즐기기위한 도구로 이 직장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최근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분이 오셨다.
물론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얼굴이 일단 편안하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한 가장으로서의 미소가 항상 넘친다.
내가 남성 탈의실에 들어가면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고 밝은 얼굴의 인사말도
참 듣기 좋은 촉감이다.
그는 이곳에서 분명히 만족하고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신의 현재 위치에 만족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너무 쉽게 만족하면 발전이 없으며 그 반대의 경우는 본인과 가족이 힘들 뿐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종교의 힘이다.
제일 중요한 것이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 것인데 그게 몇 살 쯤이나 가능할까?
‘주지 않는 것은 가지려 하지말라‘ 했다.
과연 신이 내게 주신 능력이 어느정도 인가? 라는 근본적이 고민에 빠지는 것이 젊음의 특권이지만
무엇보다 일단 태어난 이상 인간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은 전 연령을 통해 이루어져야할 명제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과연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의 현재 위치에 만족을 해야한다.
자신의 달란트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곧 행복의 지름길이다.
근데 난 50을 바라보는 지금도 아직 잘 되진 않는다.
그래도 행복하긴 하다.
뭔가를 시도해 보고 어제의 잘못을 바꿔 볼 수 있는 내일이 있으니까.
이게 내 달란트 인가보다.
계속 그냥 일 저질러 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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