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측 손 3번깨 손가락 끝 마디에 굳은살이 있다. 아니 정확하게는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소위 공부하는 나이에 들어서부터 써온 필기로 인해 항상 굳은살이 있었다.
손톱깍이로 손톱을 다듬으면서 항상 그곳의 살점을 잘라내곤했다.
그러면 겉의 단단한 살이 잘려 나가면서 노출되는 속의 부드러운 피부 감촉은
한동한 비벼 만지는 버릇을 지니게 할 정도였다.
30년 이상을 난 항상 그 굳은살과 같이 살아왔다. 중학교 입학식때 긴장될 때 만지작 거렸고 중학교 3학년 가을운동회때 차전 놀이에서 뜻밖의 승리를 한 후에도 안도의 숨을 쉬면서 나도 모르게 만지고 있었다. 고3 학력 고사 치루고 나서야 손톱 깍을 때도 같이 깊이 잘라 내면서 피를 보기도 했고 의과대학생활 중에도 시험의 스트레스 받으면서 도서관에서 만지작 거린 것 같다.
병원근무 하면서 수술후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차트 정리하다 굳은 살을 반대손으로 뜯곤하면서
항상 나와 함께 하는 당연한 동지로 생각해 왔다.
그러던 것이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그것도 한달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짧은 시간에...
병원의 모든 시스템을 완전히 전자 차트화 시키면서 펜글씨를 안쓰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수십년을 같이 지내온 굳은살이 자취도 없이 짧은 시간에 사라질 줄이야.
항상 같이 있을 것 같고 당연하게 생각되는 많은 것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기억속으로
묻혀가버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피쏟는 심정으로 떠나 보내고도 세월속에 묻혀 미소로 기억될 수 있듯이
나의 존재 역시 쉽게 잊혀질 것이라 믿는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나를 남기기 위해서는 더 배푸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업은 돌고 도는 것이니까.
< 은퇴후 고향 가나로 돌아가서 봉사하시는 전임 미국 척추학회 회장님과 그를 도와드리는 컬럼비아 의대 교수님이신 김용정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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