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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낙서

2016년 봄날의 꽃을 보내면서 (3)


요즘은 꽃들이 장렬하게 수놓고 있는 뚝방길을 걷고 있노라면 많은 여운이 느껴진다. 떨어진 꽃 줄기주위에는 초록색의 싱싱한 잎들이 솟아나고 있다. 그들은 화려한 꽃이 최근까지 달려있던것을 과연 알고있을까? 화려하게 살다가 후손을 만들고 미련없이 떠난 그들을 기억할까?



일부는 이제서야 구석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일부는 아직도 피지도 않고 그냥 새내기 꽃망울만 보이기 시작한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개나리도 이미 지난 세월의 자욱으로 시들어버리고도 미련이 남았는지 매달려있는것이 있는가 하면 이제야 화사하게 신고식하고 있는것도 같이 보인다.



꽃의 생태계에서도 인간의 삶이 여실히 보여진다. 한참 모든 꽃들이 화려하게 아름다움을 자랑할때 아직도 감감 무소식인것 들이 있다. 그늘진 곳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위치에서도 개화 시기가 다른것들도 있다. 아마 인간사회에서는 지진아나 루저로 치부될 것들일 것이다. 일생의 멋진 순간들을 동년배 꽃나무 끼리 함께 어울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수많은 꽃나무들이 있는데 일부는 그 시기를 못 맞춘다. 능력이 안되거나 모르거나 혹은 무시하거나...


사람들은 이미 취해버린 벚꽃의 향기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이들은 이제와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다고 뒤늦게 곤충들이 와서 수정을 시켜줄지 모르지만 그래도 자기 구실을 하려고 하는것이 기특하다. 사람들은 관심이 많이 시들어서 사진을 찍지도 않는다.


식물도 이런데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그래 누구에게나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니 함부로 단정짓지 말자. 모든것은 시기가 있고 상황이 있고 운명이 있는 법이다. 내가 살아가는 짧은 시간동안 기껏 배운 얄팍한 지식을 믿고 불변의 진리인양 오만하게 굴지말자.
나는 나 일 뿐이고 가족들도 개개인일 뿐이다. 함부로 나의 편협된 틀에 맞추지 말자. 교육(사랑)이라는 미명하에 내 성질대로 타인을 제단하지 말자. 만약 불행히 결국 그것이 잘못된 길이 되더라도 이제는 성인들의 모든것을 인정하자. 결국 그것은 그들의 운명이다.
내 상식으로 이루어진 내 뜻, 내 의지가 절대로 옳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인생은 하루 앞도 모르면서 말이다.

오늘도 모든것을 내려 놓은 상태로 화내지 말고 불평하지도 말고 차분히 보내자. 직원애게도 환자게도 내 자신에게도 지인들에게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자.
물론 그렇게 안 될것이 뻔한 하루이겠지만 그것이 아직은 젊다는 증거라고 믿으면서 노력해보자. 하나 둘 씩.

=================  The End  =====================